균열의 시작
IT업계에서 개발자나 서버 전문가들의 위치는 파견 당하는 처지이다. 프리랜서라고 한들 개발 용역이 열리면 꼼짝없이 직접 가서 일해야 한다. 퇴근은 갑의 눈치를 봐야 한다. 보통 이런 환경은 보안이라는 이유로 원격 네트워크 접속이 막혀있다. 재택근무는 아예 성립되지 않는다. 말만 프리랜서일 뿐 일용 노동자의 화이트칼라 및 기간제 단위 버전인 셈이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도 이런 식의 전산 현장과 개발자 인력시장이 당연한 거고 건재할 거라고 여겨졌다. 그래서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의 종식이 공식적으로 선언될 때까지도 용역 개발자들은 갑 회사의 구석진 사무실에 모여서 갑 직원들의 눈칫밥을 먹어가며 코딩했다.
오히려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나오며 갑 측은 요구사항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왔다. 하지만 개발자, 아니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가진 자들은 순서대로 한 줄씩 기능을 작성하며 차근차근 프로그램의 기능을 완성할 뿐이었다. 갑에서 느끼기에 돈 몇백, 몇천억을 쏟아붓고 최소 수개월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데 결과물이라고 나오는 프로그램의 성능은 어째 예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쓰기 힘든 지경이 되어갔다.
자체 솔루션 소프트웨어를 가진 회사라고 해도 다를 건 없었다. 결국 고객사에서 맘에 안 든다고 컴플레인을 제기할 때마다 싹싹 비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그럼 속칭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지노,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등 유명한 웹 서비스 기업)은 뭐냐고? 그런 회사는 운 좋게 축복받은 최상위 0.000000....1%의 회사다. 자체 서비스를 운영하며 결국 자기들이 갑이 되어버린 전혀 다른 차원의 회사인 셈이다. 그 회사 출신은 그런 비슷한 급의 회사들로만 이직한다. 용역 개발자 출신이 그런 서비스 기업에 이직하는 건 매우 높은 확률로 불가능하다. 이래저래 원인이야 다양하지만, 결국은 IT 업계도 계층이 나뉜 것으로 정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