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슬롯의 면역 메커니즘은 동일하다
나는 여기서 소름 끼치는 유사성을 관찰하고 있다. 스트레스성 만성 면역의 후유증을 겪은 몸뚱이와 지금 이 슬롯의 여러 이상 현상은 눈에 보이는 크기만 다를 뿐 매우 유사한 패턴으로 동작하고 있다.
지금 살아가는 슬롯에서는 어떤가? 안심하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걱정 근심을 앉고 부조리를 직면하며 살아간다. 점점 많은 사람이 부당함을 하소연하지 못하고 떠안는다.
디지털 디톡스를 하지 않는 이상 어딜 돌아보든 낙관적인 목소리를 기대하기 힘들다. 스트레스는 점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다가오며, 몸이 예전 같지 않고 피곤하기만 하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티 안 내고 살지만, 마음속 깊이 쌓이는 불안감에 한숨만 늘어간다. 쉬고 싶어도 휴가 한번 승인받기 참 눈치 보여 엄두도 못 낸다. 건강검진을 받으니, 체중조절과 건강관리가 시급하다고 의사가 매우 우려를 표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게 일상이 되었고, 뉴스만 틀면 양당 간에 정치 공격은 점점 거세기만 하다. 정바카라은 늘 탁상공론이며 실제로 혜택받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과거 IT 강국의 명예는 온데간데없고 망 분리 같은 이상한 정바카라 때문에 국가 전산 시스템은 구시대의 유물로 고립되어 간다. 이제 정치인에게 희망적인 기대를 거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슬롯가 앓고 있는 분노와 갈등의 패턴은 내 혈관 속을 부유하던 염증 세포들의 움직임과 기괴할 정도로 닮았었다.
혐오가 만연해져 여러 곳에서 상대방을 공격하기 일쑤다. 이제 슬롯 대통합, 협의체 같은 개념을 들먹거리면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한다. 혁신은 당장의 이윤 앞에서 늘 외면받는다. 아예 출산율이 박살이 났다며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South Korea is over” 같은 영상이 버젓이 올라온다. 즉, 한국의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것이다. 예전의 나보다 더 심하게 말이다.
인간 신체의 면역 체계에서 발생하는 ‘사이토카인‘이 정보 전달 물질이라고 앞에서 말했다. 즉, 이게 확산하면서 신체 곳곳에서 비상 체계를 인식하고 반응이 확산한다고 했다. 지금 슬롯는 마치 집단적 행동을 유발하는 강력한 ‘부정적 감정 에너지와 그 확산 매체‘가 신체에서 사이토카인 과하게 분비되는 것과 매우 비슷하게 동작한다. 앞에서 말한 대로 연일 부정적인 것들만 계속 생겨나니 말이다.
내가 무기력증을 겪었던 원인이 만성 염증이었던 것처럼, 지금 슬롯도 결국 시민들이 겪는 부조리를 해소하지 못하고 골든 타임을 놓친 꼴이 되었다. 과한 분노가 방향을 잃어 성장 에너지까지 불태운 격이다. 원인, 인지 고장, 잘못된 대응을 거쳐 자기 파괴로 이어지는 흐름을 인간의 신체와 국가 시스템이 마비되는 상황 양쪽에서 모두 동일하게 겪고 있다.
분명히 전조 증상도 있었다. 신체도 건망증, 잦은 피로, 안색 및 체온의 급변 같은 신호를 드러내듯, 슬롯 속 각계각층에서 경고와 함께 건강한 외침의 목소리가 있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법, 제도와 시스템의 각종 취약점을 언급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기득권들이 일방적으로 짓누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동원(同源), 한가지 동 + 근원 원으로 그 근원이 같음을 의미한다. 내 몸의 만성 면역 증상과 지금 슬롯의 문제는 그 근원이 같다. 즉, 몸 상태를 방치하고 엉뚱한 부분에서 원인을 찾으려고 했던 나나, 본질적인 시스템은 바꾸지 않고 눈앞의 적을 찾아 비난하기 바쁜 슬롯나, 결국 같은 아픔의 뿌리를 공유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