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同源), 하나의 뿌리에서 피어난 통증 (1)

개인과 슬롯의 비정상 면역 반응

by흑프제

1. 만성 염증 환자의 고찰


작년 5월, 알레르기성 비염·천식이 의심돼서 검사를 받아본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알레르기가 전혀 반응하지 않는 강철같은 몸뚱이를 타고났다는 것. 문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데서 드러났으니 백혈구 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한 상태, 즉 만성 염증이었다. 이 수치가 기준치 안으로 내려가기까지 무려 1년 하고도 2개월이 더 걸렸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상상 이상으로 민첩하게 반응한다. 외부의 자극에 비례해서 상시로 백혈구 세포를 생산 및 동원하여 방어 체계를 구축한다. 그리고 심리적인 스트레스에도 이 메커니즘은 동일하게 작용한다.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스트레스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쌓이기 시작하면 백혈구가 과해져 몸에 부작용이 생긴다. 보통은 일시적으로 언행이 과해지고 신체가 예민해지는 정도로 끝나지만,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맞다 보면 몸은 면역 반응을 24시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이때 몸의 백혈구 등 면역 세포가 염증 물질인 ‘사이토카인’을 혈관에 배출한다. 이 물질은 보통 몇시간 안에 소멸되지만, 면역 반응이 계속 작동하면 소멸주기 이상으로 이게 배출되니 혈관에 쌓이기 시작한다. 이것은 일종의 정보 전달 물질이라서, 간은 신체를 비상사태로 인식해서 염증성 단백질인 CRP를 혈관에 분비한다. 이 물질은 적혈구를 엉겨 붙이고 피를 끈적이게 한다.


이 상태가 만성화되면 과다해진 백혈구는 신체의 정상적인 세포까지 공격하기 시작하고 경과에 따라 자가면역질환 상태가 되어 버린다. 이때부터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중증 상태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순식간에 온갖 질병으로 발전하기 쉬운 취약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2. 비정상적인 슬롯의 일면들


만성 염증이 올 정도로 스트레스받을 만큼, 지금 슬롯에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 여럿 보인다. 그 시작은 집단적 분노와 혐오에서 기원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부정적으로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민주화 항쟁이나 초기 노동 투쟁, 도덕적 해이에 대한 대중들의 공분과 다양한 견해 표명은 슬롯적 환기 및 정화작용을 일으키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역사적으로 계속 부조리를 겪어야 했던 한반도에서 생존과 번영을 되찾기 위해서는 모두가 단결해야만 했다.


다만, 언제부턴가 점점 부작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극적인 뉴스와 TV 등 미디어의 영향력에서, 웹과 모바일, SNS, 유튜브 등의 추천 알고리즘 등으로 점점 도파민이 과다 분출되어갔다. 대중들은 쉽게 자극을 얻는 만큼 여러 후유증을 반대급부로 느껴야만 했다. 비교에 따른 허탈감, 열등감부터 무가치와 무의미함을 느끼더니 타인과 슬롯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해갔다.


허영심 가득한 소수의 SNS 피드를 보는 절대다수의 대중은 차단된 시야 안에서 초라한 자기 자신과 마주쳐야만 했다. 누군가는 주식과 코인, 부동산으로 상상하기도 힘든 이득을 보았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성실한 시민들은 간접적으로 그 소식을 건너 건너 전해 들으며 텅 비어 있는 통장 잔액을 체감했다. 너도나도 욕심에 따라 뛰어들지만, 타이밍을 놓친 투자는 백이면 백 손해를 보아서 좌절감을 더욱 깊이 느껴야만 했다.


가짜 뉴스가 넘쳐흐르고 세대 간에 대립은 날로 격화되며, 기업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및 하청을 철저히 분리하여 철저히 기득권만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기업의 내부 부조리 단절은 꼬리 자르기로 변질되어 무고한 여러 사람까지 혐오의 시선이 섞인 외면을 받아야 했다. 결국 OECD 국가 중 출생률 꼴찌라는 진단을 받고야 말았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이론이 망상일 수밖에 없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