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운동으로 5킬로그램 다이어트 프로젝트 - 마지막 회
결론부터 말하면 성공했다. 90일 동안 목표했던 몸무게 5킬로그램 감량. 오늘 아침 체중계에 올라가 마지막으로 숫자를 확인했다. 74.3킬로그램. 처음 시작할 때 키는 176.2센티미터, 몸무게는 79.6킬로그램이었다. 정확히 5.3킬로그램이 줄었다. 한때는 73킬로그램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체중계에 찍힌 숫자를 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 하지만 며칠 지나 다시 조금 올라왔고 지금은 74킬로그램대를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이 좋다. 몸무게만 놓고 본다면 내가 생각했던 가장 적당한 상태에 가까워진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렇게 바라던 목표를 이루었는데 생각만큼 기쁘지 않다. 왜 그럴까.
이유는 하나였다. 앞으로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90일이 끝났다고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가지는 않을까.’
목표를 이루기도 전에 실패를 걱정하던 내가 이제는 목표를 이루고 나서 다시 실패를 걱정하고 있다. 사람 욕심이 참 끝이 없다. 90일 전에는 5킬로그램만 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5킬로그램을 빼고 나니 이제는 그 몸무게를 평생 유지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이번 마지막 글에서는 몸무게 이야기를 조금 내려놓으려고 한다.
지금 나에게는 5.3이라는 숫자보다 지난 90일 동안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돌아보니 얻은 것이 꽤 많다.
첫 번째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사람들과 충분히 잘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금주가 가장 걱정됐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온라인 게임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했고,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아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멀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물론 이번에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내가 현재 지방에서 파견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평일 저녁 약속이 많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도 내가 다이어트 중이라는 것을 알고 먼저 배려해줬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게 됐다. 나는 내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퇴근 후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심심하고,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즐거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어느 순간부터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생겼다. 퇴근 후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자전거를 타고 헬스장으로 향하는 시간이었다.
저녁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복잡했던 머리가 조금씩 가벼워졌다. 그리고 운동을 끝내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때는 갈 때보다 기분이 더 좋았다. 힘든 운동이 끝났다는 해방감도 있었지만, 오늘도 나와 한 약속을 지켰다는 묘한 만족감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술을 끊으면서 사람을 잃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 혼자 보내는 시간을 얻었다. 그것도 이번 90일이 내게 준 꽤 큰 선물이었다.
두 번째는 운동하면서 인생을 조금 배웠다는 것이다. 조금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그랬다. 과거에도 스포츠센터를 오래 다녔다. 복싱도 했고 이런저런 운동을 해봤다. 하지만 이번처럼 운동 하나하나에서 내 삶을 떠올려본 적은 없었다. 헬스장에 있는 운동기구 하나에도 내 성격이 보였다. 옆 사람이 나보다 무거운 무게를 들면 괜히 자존심이 생겼다. 힘든 운동을 앞두고는 어떻게든 시간을 끌려고 했고, 마지막 두 개만 더하라는 말에는 속으로 수없이 욕했다. 몸무게가 줄지 않을 때는 그렇게 잘해오던 운동을 그만두고 싶었다. 하나하나가 내가 살아온 모습과 닮아 있었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남과 비교했고,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으면 조급해했다. 인간관계에서도 내가 준 마음만큼 빨리 돌아오기를 바랐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왜 나만 안 되지’라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운동을 하면서 그 모습을 다시 봤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운동한 동료를 통해 혼자서는 어려운 일도 누군가와 함께하면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다시 배웠다. 운동하기 싫은 날에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 헬스장에 갔다. 혼자였다면 열다섯 번에서 멈췄을 운동을 옆에서 “두 개만 더”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 열일곱 번을 했다. 때로는 그 두 개가 죽도록 싫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 두 개가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온라인 게임생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능력이 있어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내 옆에서 밀어주는 사람이 있고, 내가 힘들 때 끌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더 멀리 갈 수 있다. 결국 운동도 온라인 게임도 사람이었다.
세 번째는 먹는 습관이 달라졌고 덩달아 돈까지 절약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다이어트를 하면서 처음 알았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사람이었다. 힘들면 술을 마셨고, 기분이 좋지 않으면 맛있는 음식을 찾았다. 특히 늦은 밤 야식은 나에게 작은 위로였다. 그런데 운동을 시작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바뀌었다. 술과 음식이 있던 자리에 운동이 조금씩 들어왔다.
식단도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이 포함된 음식을 더 챙겨 먹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저녁 늦게 먹던 습관도 거의 사라졌다. 예전의 나는 밀가루 음식을 정말 좋아했다. 특히 밤늦게 먹는 라면과 배달 음식은 참기 어려웠다. 처음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누군가 내게 저녁에 낫또 하나, 바나나 하나, 단백질 음료 정도로 버텨보라고 했다면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걸 먹고 어떻게 저녁을 버텨?”
그런데 요즘은 그렇게 먹는 날이 많다. 신기하다. 사람의 습관이라는 것이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 바뀐다. 그리고 그 결과 몸무게만 줄어든 것이 아니었다. 야식과 술자리가 줄면서 돈도 꽤 절약했다. 몸도 가벼워졌고 지출도 가벼워졌다. 90일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다.
이렇게 하나씩 적어놓고 보니 내가 욕심이 꽤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미 많은 것을 얻었다. 5킬로그램 감량이라는 처음의 목표도 달성했다. 술 없이도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혼자 보내는 저녁의 즐거움도 알게 됐다. 식습관도 바뀌었고 돈도 아꼈다. 무엇보다 나 자신과 한 약속을 90일 동안 지켰다. 이 정도면 충분히 기뻐하고 만족해도 될 일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다시 살찌면 어떡하지.’
생각해 보니 그것도 참 나답다. 언젠가 다시 몸무게가 80킬로그램 가까이 갈 수도 있다. 술자리가 많아질 수도 있고, 운동을 게을리하는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다. 사람이 평생 똑같은 생활을 유지하면서 살 수는 없으니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렇다고 괜찮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예전처럼 두렵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제는 내가 어떻게 5킬로그램을 뺐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게는 90일 동안 직접 경험해서 얻은 데이터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번 해봤다. 그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살이 찐다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어쩌면 이번 90일 동안 내가 얻은 가장 큰 것은 5.3킬로그램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나는 다시 할 수 있다’라는 경험인지도 모르겠다.
꾸준하다는 것은 하루도 빠지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나도 운동을 거른 날이 있었고, 먹고 싶은 것을 먹은 날도 있었다. 정체기가 왔을 때는 운동이 싫어졌고, 그만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한 번 흐트러졌다고 전부 포기하지 않았다. 다음 날 다시 운동화를 신었고, 다시 식단을 챙겼다. 결국 꾸준함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힘이 아니라 흔들린 뒤에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힘이었다.
온라인 게임생활도 인간관계도 결국 비슷하지 않을까. 언제나 잘할 수는 없고 모든 관계가 늘 좋을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자신의 자리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 사람과 잠시 멀어졌다고 너무 빨리 관계를 단정 짓지 않는 것, 그리고 실패했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도 다시 한번 해보는 것이다. 인생을 바꾸는 것은 어쩌면 대단한 결심 한 번이 아니라 그런 평범한 ‘다시 한번’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90일이 끝났다. 처음, 이 연재를 시작할 때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다이어트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내가 중간에 도망가지 않으려고 썼다. 오늘 운동했다는 이야기를 쓰고, 술을 참았던 이야기를 쓰고, 헬스장에서 자존심을 부리다 아팠던 이야기도 썼다. 운동하기 싫어 기구 앞에서 시간을 끌던 모습도 숨기지 않았다. 체중이 줄지 않아 속상했던 마음도 썼다. 그렇게 한 편, 두 편 쓰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글까지 왔다. 그리고 그 글마다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공감해 주는 분들이 있었고, 응원해 주는 분들이 있었다. 어쩌면 내가 중간에 포기하지 못했던 큰 이유 중 하나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혼자 시작한 다이어트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혼자 하는 다이어트가 아니었다. 그래서 마지막 글을 쓰는 지금, 체중계에 찍힌 74.3이라는 숫자보다 이 말을 먼저 남기고 싶다.
그동안 부족한 다이어트 이야기를 꾸준히 읽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여러분이 눌러준 공감 하나, 남겨준 짧은 응원 한마디가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이 됐다. 포기하고 싶었던 날에도 ‘다음 글은 써야지’라는 생각으로 다시 운동화를 신을 수 있었다.
“90일 동안 함께 걸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끝까지 왔습니다.”
이제, 다른 이야기를 찾아 또 시작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