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그덕
아니 이거 왜 이러는 거야?
고교시절, 친구들과 처음 먹은 곱창볶음과 곱창전골의 식감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내가 상상한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의 곱창이 아니었다.
곱이라는 것이 구워지면은 고소하고 씹는 느낌이 쫀득하다고 들었는데..
텁텁하고 질긴 느낌.
씹어도 씹어도 분해되지 않는 튜브형의 무엇.
자작한 국물 속에 잠겨 있어도, 캐러멜톤 빛깔이 오르도록 불판에 구워내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베이컨처럼 바짝 구워서 식감 자체를 느낄 수 없는 지경이 되어야 삼켜낼 수 있었는데, 그렇게 먹으면 삼겹살도, 곱창도, 껍데기도 다를 바가 없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대학 동기들과 들렀던 신림동 순대타운에서 먹은 순대곱창도 마찬가지였다.
깻잎과 양념장으로 맛을 가려봐도 결국은 입 안에 이물감만 남기고 겉돌았다.
밥순이가 밥을 깨작거리니 친구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제대로 된 집에서 안 먹어 봐서 그래!
우리 동네에 진짜 맛집 있어!
그러니까 그 '제대로 된 집'이 어디 있냐고...
곱창의 곱에서 느껴지는 그 어색한 텁텁함을 처음 곱창을 먹은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한참 지나, 유명 여자 가수가 아침 첫 끼니로 곱창볶음을 야무지게 먹는 영상이 화제였다.
전용 구이판에 노릇하게 구운 곱창과 염통.
시원한 끈나시 차림의 그녀가 먹던 곱창은 무언가 달라 보였다.
쫑쫑 썬 부추 무침을 섞어서 들기름과 김가루를 추가한 볶음밥 먹방이 이어지자, '다음 휴가 때 식구들과 꼭 먹어봐야지.'라는 다짐이 들었다.
오랜만에 돌아간 한국에서 곱창을 먹어보고 싶다는 제수씨의 메시지에, 아주버님께서 '내장 set'를 사다 놓으셨다.
기름이 사방으로 튀는 와중에도 열심히 종류별 내장들을 구워주셨는데, 그나마 밖에서 먹었던 것들 보다는 식감이 나았다.
그래도 그 여가수가 감탄하며 먹던 정도의 느낌은 아니었으니, 역시 그 식당을 찾아가 검증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나 싶었다.
여러 종류의 내장들을 먹어 보았지만 모두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그나마 내장 중에 대창만은 먹을만했다.
결혼식 준비를 하던 시기.
남편의 대창 맛집에 끌려가 은빛 스텐 테이블에서 구워지는 대창을 구경했었다.
지글대는 소리와 함께 대창 양 끝으로 삐죽삐죽 하얀 곱들이 삐져나오는 모습이 장관이었던 기억이 난다.
굵은 대파가 구워지고 무심하게 툭 던져진 부추 무침과 양파 절임. 콕콕 찍어 먹으라던 콩가루 그릇.
쌈채소와 소주가 계속 모자랐던 밤이었다.
어쩌면 내가 상상했던 곱창의 맛이 대창이었나 싶다.
그마저도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먹어본 것이 전부였으니, 모든 대창이 그런 맛을 가진 것인지도 확실치는 않지만, 무튼 그날의 대창은 고소하고 또 고소했다.
곱창을 잘 아는 누군가가 있다면, 곱창과 대창이 같은 맛인지 알려주면 좋겠다.
만약 내가 여태 먹어본 곱창이 잘못된 예였다면,
남들이 말하는 '곱창 맛집'의 것은 진짜 다르다면, 언젠가 다시 한번 도전해 볼 의향은 있다.
정말 다르다면 좋겠다.
파랑새 같은, 꿈의 곱창 맛집은 도대체 어디 있을까?
#진짜로맛있나? #곱창 #아직은못먹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