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아프다. 찌르르 저리듯이. 뭐가 문제였을까. 먹었던 것들을 하나씩 되새겨본다. 끝이 살짝 거뭇해진 양배추? 우유도 의심스럽다. 소비기한이 오늘까지였거든. 아니면 일주일 전에 주문한 배스킨라빈스가 문제였을까? 분명 먹을 만큼만 먹고 냉동고에 그대로 넣어 놨는데.. 음.. 그것도 아니라면 내 위장이 문제인 걸까? 배탈이 자주 나는 편이긴 한데, 다시 생각해 보니 죄다 문제뿐인 거 같다. 혹시 생각을 바꾸면 - 문제가 아닌 게 될까? 그래도 배가 아픈 건 변함없다. 지금 해야 할 일은 화장실에 가는 것뿐이지만 당장 갈 수는 없다. 카페의 화장실엔 환풍구가 따로 없기에 내 속의 악마를 꺼내기엔 부담스럽다. 그리 급한 건 아니니 - 1시간 정도는 더 앉아 있기로 한다.
아, 카페 소개가 아직이었다. 이곳은 중랑구에 위치한 B카페이다. 3개월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됐다. 당시 독서모임, 영화모임 같은 - 대화를 위한 모임을 찾고 있던 터라 바로 팔로우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프로그램엔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고 않았다. 세상이 가지 말라는 듯 일정이 계속 꼬였기 때문이다. 갈까 하면 약속이 생겼다. (휴직자의 삶은 생각보다 많이 바빴다.) 그리고 6월이 되어서야 이곳을 방문한다. 아무 약속 없는 수요일에 어딜 갈까 하다가 대뜸 B카페를 떠올린 것이다. 오늘을 위해 그동안 아껴뒀나 보다.
4년 동안 서울 살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나이지만, 중랑구는 처음이다. 상봉역에서 카페까지 도보 10분, 서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마산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짙은 회색의 세월이 묻은, 나이테가 보이는 주택들. 건물을 덮은 오래된 덩굴과 말라가는 식물. 외지인 보듯 나를 쳐다보는 어른들의 표정까지. 어릴 때 자주 봐온 풍경인데, 낯선 느낌만 가득하다. 분명 도보 10분 거리인데, 20분은 걸린 거 같다. 어색한 친척집을 홀로 찾아가는 사람처럼 - 심장이 두근두근 아랫배가 살짝 저릿했다. 다행히 카페는 한적하고 아주 조용했다. 아 - 저릿한 건 진짜 배가 아픈 신호다. 이럴 땐 시선을 돌려야 좋다. 다른 생각할 거리를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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