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 원의 자율재정이 던진 질문
응급실의 불빛이 꺼져가고, 아이를 업은 부모가 발을 동동 구르며 거리를 헤매는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은 이제 우리 슬롯의 익숙하고도 뼈아픈 풍경이 되었다. 생명이 위협받는 최전선에서 고통이 일상이 된 지금, 정부가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지역·필수·공공의료를 전담할 조직을 신설하고, 거대한 특별회계의 문을 열겠다는 청사진이 세상에 발표됐다.
"지방 국립대병원을 살리고,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집중 지원하겠다."
언뜻 보면 무너져 가는 의료 생태계를 되살릴 구원투수의 등장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이 화려한 정바카라 브리핑을 바라보는 현장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고 무겁기만 하다. 종이 위에 그려진 청사진이 과연 거리에 내몰린 환자들의 숨소리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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