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필수와 비필수라는 차가운 낙인
요즘 의료계를 가르는 가장 흔하고도 삭막한 언어는 단연 ‘필수과’와 ‘비필수과’라는 분할이다. 생명을 다투는 위급한 현장만을 조명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의 진료실은 점수와 서열에 따라 가치 매겨지는 차가운 전시장처럼 변해버렸다.
그러나 묻고 싶다. 과연 어떤 의사의 손길이 덜 소중하고, 어떤 전공이 필수가 아니란 말인가. 한밤중에 온몸이 가려워 숨조차 쉬기 힘든 이에게는 피부과 의사가 세상의 구원자이고, 중년의 삶을 지탱하는 이들에게는 비뇨의학과가 곧 필수의 최전선이다. 그럼에도 제도는 자꾸만 생명의 경중을 따지며 의사들의 발걸음을 특정한 길목으로만 밀어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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