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 비극 1부 곪아터진 현장

세브란스 압수수색에 분노하셨습니까? 당신이 모르는 수술실의 진짜 주범

by이지애 마리아

최근 대형 대학병원의 수술실에서 무면허 대리 수술과 불법 처방이 판을 쳤다며 온 세상이 떠들썩합니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고, 뉴스는 연신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쏟아내며, 대중들은 "어떻게 그런 대형병원에서 무자격자가 메스를 잡을 수 있냐"며 손가락질을 합니다.


그런데 의료 현장의 장막 뒤를 아는 이들에게 이 뉴스는 전혀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난 또 뭐라고, 터질 게 이제야 터졌네" 하는 뼈아픈 탄식이 먼저 나옵니다.


단언컨대, 수술실을 백 번 압수수색하고 하위 인력들을 범죄자로 처벌해 봐야 대한민국 수술실의 불법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범인은 수술실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병원 문밖에 있는 거대하고 기형적인 '의료 시스템'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보건의료 현장의 최전선에서 실습하며 내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정규 간호사가 서 있어야 할 수술실 어시스트 자리에 1년 과정을 겨우 마친 간호학원 수료생 조무사가 떡하니 서서 의사의 손발이 되어주고 있는 풍경을 말입니다. 뉴스에 나오는 의료기기 상사 사장이 수술 가운을 입고 들어와 집도의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직접 집도까지 하는 해괴망측한 일들도, 현장에서는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위험한 관행'이었습니다.

법과 교과서에서는 생명의 무게와 엄격한 면허 제도를 말하는데, 왜 수술실 문을 열면 이런 불법과 편법이 판을 치는 괴물 같은 현실이 펼쳐지는 걸까요? 수술실을 운영하는 의사들과 병원장들이 태어날 때부터 부도덕한 악마들이라서 그런 걸까요?


아닙니다. 대한민국 의료를 짓누르고 있는 '원가 미만의 저수가 체계'가 만들어낸, 살아남기 위한 처절하고도 불미스러운 몸부림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의료 수가는 전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기형적으로 낮게 바카라정되어 있습니다. 특히 외과 수술은 하면 할수록, 수술실 문을 열면 열수록 병원이 적자를 보는 구조입니다.


법을 완벽하게 지키기 위해 값비싼 인건비를 주고 정규 간호사(RN)로만 수술실을 가득 채우면, 그 병원은 몇 달 못 가 파산합니다. 정부는 수가를 꽁꽁 묶어둔 채 병원들에게 "적자를 보고 망하든지, 아니면 알아서 편법을 써서 살아남든지"라는 잔인한 양자택일을 강요해 왔습니다.


결과적으로 병원은 생존을 위해 가장 인건비가 저렴하고 통제하기 쉬운 인력을 수술실로 밀어 넣었습니다. 정부와 보건당국도 이 현실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수가를 정상화하려면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인상이 수반되어야 하기에, 표를 의식한 정치권과 정부는 그동안 수술실 안의 불법을 뻔히 알면서도 눈을 감아주었습니다.

국민들은 커피 한 잔 값의 건강보험료 인상에는 분노하면서, 병원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합법적 의료 서비스만을 요구합니다. 정부와 국민, 그리고 병원이 서로 눈을 감아주며 거대한 '침묵의 카르텔'을 유지해 온 것입니다. 원인은 엉뚱한 곳에 놓아두고, 이제 와서 현장의 인력들만 범죄자로 몰아세우며 압수수색 쇼를 벌이는 이 현실이 얼마나 기만적입니까?


이제 우리는 진짜 진실을 마주하고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수술실 압수수색은 정답이 아닙니다. 백날 단속해 봐야 아랫물만 거르는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의료 수가 체계를 정상화하고, 건강보험료 납부를 정상화하면, 대리 수술과 무면허 의료행위는 일어나라고 빌어 빌어도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병원이 꼼수 부리지 않고 정당하게 법을 지키며 수술만 해도 떳떳하게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어떤 미친 의사가 자기 면허를 걸고 기기 사장에게 메스를 맡기겠습니까? 어떤 병원이 위험을 무릅쓰고 무자격자를 수술실에 세우겠습니까?


마취되어 침대에 누워있는 무력한 환자들의 생명권을 지키는 일, 그리고 현장의 보건의료 인력들을 불법의 사지로 내몰지 않는 유일한 길은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정상화'뿐입니다.


더 이상 보여주기식 처벌에 속지 마십시오. 우리가 진짜 분노하고 바로잡아야 할 주범은, 법을 지키면 망하게 만들어 놓은 이 뒤틀린 의료 제도입니다.


무상에 가까운 저렴한 비용을 원하면서, 동시에 세계 최고 수준의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요구한다.


짚어봐야 할 국민들의 이중적 심리와 구조적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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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 크리에이터 자연사랑주의 입니다. 제가 현재까지 살아온 여정을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글로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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