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위주로 드세요."
보건소 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 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간단한 한 문장이 내 주방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 같았다. 마트에 가서 신선한 채소를 가득 사 와도, 막상 도마 앞에 서면 막막했다. 생으로 씹어 먹기엔 정말 맛이 없었고 내가 마치 토끼나 여물을 먹는 소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매번 드레싱을 듬뿍 뿌려 먹자니 이게 정말 건강식인지 의문이 들곤 했다. 그 해에는 겨울이었다. 전통시장에 가서 둘러보니 내가 좋아하는 파래가 눈에 띄었다. 그렇게 파래 세 덩어리, 월동 무 한 개를 사 와서 파래 무침을 만들었다. 그때까지도 난 단맛을 내는 설탕 대신 다른 건강한 감미료가 있는 줄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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