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마주해야 하는 숫자들이 있다. 통장 잔고, 아이의 성적표, 혹은 누군가와 헤어진 뒤 혼자 보낸 날짜들 같은 것들. 2009년의 어느 날, 나는 내 생애 처음으로 '대사증후군'이라는 낯선 단어 앞에 놓인 나의 몸을 숫자로 마주하게 되었다. 그 해 내 나이는 서른네 살이었다. 그날의 날씨는 참 화창하고 맑았다.
그전까지 건강이란 그저 '아프지 않으면 괜찮은 것'이었다. 특별히 열이 나거나 앓아눕지 않으면 내 몸은 늘 제 자리에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보건소의 차가운 문손잡이를 잡고 들어서던 그날,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내 몸은 내가 돌보지 않으면 언제든 헐거워질 수 있는, 가장 세밀한 관리가 필요한 '나만의 집'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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