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연구하는 모임이 아닌 비 오는 날 술 때리는 회동
어떤 모든 것이든 거의 다 그러하지만
상황에 따라 모든 게 다 다르게 느껴진다.
비.
봄비는 나른하고 가볍다면
장마는 묵직하고 세차다
가을비는 특히 노을이 지거나 밤에 내리면 괜히 뭉클해지고
겨울비는 대부분 느낌이 축축하다.
또한 비 내릴 때는 주량도 세진다.
이유는 대기의 수분이 체내의 수분과 어울려 그렇다 한다.
비가 나린다.
그러면
이때 우리는 모인다.
누가 먼저 어디서 어떻게 다 필요 없다.
걍 거기서 모이게 된다.
한 손엔 막걸릴 다른 한 손엔 새우깡을
오른손엔 소주를 왼손엔 안성탕면을
그 장소는 놀이터 자취방..
비가 격해지면
돈을 합쳐
근처 대포집으로 향한다.
안에는 또 다른 무리들이 얼큰하게 취해
노래를 부르고 젓가락 장단으로
병나발을 불고 병나발을 마이크로
후끈후끈하다
비는 점점 더 격해져 지구가 구녕이 날 거 같다.
탁자아래 막걸리박스와 소주박스에
빈병들이 수북이 쌓이고
소수정예 우주회 회장님의 지엄 같은 명이 하달된다.
한 번 더 레츠고 하자고..
날마다 다르지만 서로 일정이 있어
각개전투로 서로 어딘가를 향한다.
벌써 8시
오던 비가 그칠듯하다
이런 웬걸 다시 거세지기 시작한다.
펑하는 소리에 정신이 든다.
연탄불 드럼통 위에 돼지껍데기가 공중부양을 한다.
항상 먹지만
항상 놀란다.
벌써 나는 미경이와 콩나물국에 소주 한 병을 까고
연속부양하는 껍데기를 하나 둘 해치운다.
나의 주량은 무한대
그녀의 주량은 무한궤도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리 퍼 마셨는지 그래서 청춘이 좋은 거다)
서태지군들의 난 알아요가 흘러나온다
폭발적인 사운드 해괴한 댄스 단순한 가사
어쨌든 술안주로도 훌륭한 노래
길동아 자 건배
미경이 함박꽃같이 밝게 웃으며 나를 부른다.
미경은 나랑 동갑이며
환쟁이다.
그리고
이쁘다.
내 눈에 열 배 정도 될 거 같은 큰 눈
가끔 난 그 눈에 빠져 헤엄치는 꿈도 꾸곤 한다..
후지게 생긴 나와 만나주는 것만으로도 나 해피하다.
내 스무살의 봄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렇게 나는 미경이와
미경이와
후후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