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ramen
민우는 쫓기듯 쿠로몬 시장의 복잡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낮의 활기찬 모습과 달리, 늦은 밤의 시장은 어둡고 무거운 정적만 가득했다.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물고기 모형들이 밤바람에 흔들리며 그로테스크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셔터가 굳게 닫힌 가게들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쓸쓸하게 불어왔다.민우는 길을 잃었다. 스마트폰의 지도 앱을 켰지만, 현재 위치를 나타내는 화살표는 제자리에서 미친 듯이 뱅글뱅글 돌 뿐이었다. 마치 이 공간이 민우를 가두고 밖으로 보내주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그때, 어두운 골목 저 끝에서 희미한 노란 불빛이 번져왔다. 가까이 다가가니 천막을 길게 늘어뜨린 작은 라면 가게가 보였다. 민우는 일단 으스스한 밖을 피해 몸을 숨기려고 안으로 들어갔다. 테이블 안쪽에서는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묵묵히 놋그릇을 닦고 있었다. 노인은 민우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이미 올 줄 알았다는 듯 따뜻한 차슈 라멘 한 그릇을 민우 앞에 내려놓았다. 배고픔과 알 수 없는 공포에 지쳐있던 민우는 국물을 한 모금 마셨다. 깊고 진한 맛이 온몸의 혈관을 타고 입안 가득 퍼지는 순간, 머릿속이 번쩍하며 강한 충격이 일었다. 이 맛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살면서 오사카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 라멘의 독특한 향과 부드러운 차슈의 식감이 너무나 익숙했다. 예전에 매일 먹었던 것만 같은 기묘한 확신이 들었다. 민우가 멍하니 그릇을 바라보자, 노인이 닦던 그릇을 내려놓고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이제 기억이 좀 돌아오시는가?" 민우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고개를 들어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의 눈빛은 깊지만 어두웠다. "당신은 매일 밤 이 자리에 앉아 라면을 먹었지. 바로 이 자리에서 말이네." 민우의 손이 가늘게 떨리며 젓가락을 떨어뜨렸다. 노인은 민우의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가리켰다. "그 기계의 화면에 속지 마시오. 당신이 보고 있는 세상은 진짜가 아니오." 민우는 알 수 없는 거대한 공포감에 라멘 그릇을 밀쳐내고 창고 뒷문으로 뛰쳐나갔다. 숨이 턱 막혀왔고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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