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4ka 3

by홍길동

3. 관람차


정신을 차렸을 때 민우는 우메다의 헵파이브 빨간 관람차 안에 홀로 앉아 있었다. 쿠로몬 시장에서 어떻게 여기까지 도망쳐 왔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기억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관람차는 웅장한 기계음을 내며 오사카의 밤하늘을 향해 아주 천천히 공중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사방의 통유리창 너머로 수만 개의 불빛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야경이었지만, 민우의 마음은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갔다. 관람차가 가장 높은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 다시 스마트폰이 날카롭게 울렸다. 이번에는 문자 메시지가 아니라 전화였다. 액정에는 여전히 번호가 뜨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자, 차가운 기계음이 귀를 찔렀다. - 환자 최민우 씨, 가상 현실 기억 치유 프로그램의 제한 시간 1분 전입니다. 이제 현실로 복귀할 준비를 하십시오. 시스템을 곧 종료합니다 - "무슨 소리야? 뭘 종료해?" 민우가 정시나간 사람처럼 소리쳤다. 떨리는 눈으로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유리창 속 자신의 투명한 얼굴 뒤로,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들과 복잡한 기계들의 잔상이 겹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삑, 삑 하는 전기 신호음도 귓가에 환청처럼 들려왔다. 기계음이 다시 차갑게 이어졌다. - 당신은 3년 전 오사카 여행 중 큰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지금 당신이 겪은 도톤보리와 쿠로몬 시장은, 당신의 뇌가 깨어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마지막 기억의 조각들입니다. 관람차가 지상에 닿으면 프로그램이 완전히 종료됩니다. 눈을 뜨십시오 - 순간, ‘쿠우웅’하는 소리와 함께 관람차가 지상에 도착하는 묵직한 진동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오사카의 화려했던 야경이 컴퓨터 모니터 화면이 꺼지듯 ‘치이익’ 소리를 내며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아름답던 불빛들이 먼지처럼 하나둘 사라지고, 헵파이브의 빨간 관람차 벽면이 차가운 병실의 하얀 벽으로 서서히 변해갔다. 사방이 하얀 병실 안. 누워있는 민우가 눈을 뜬다. 뭔가 위화감에 놀라 주위를 살피는데 사방이 하얗다. 주위를 살피려고하는데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삐이이’ 소리를 내며 뛰는 심장박동 모니터가 그를 맞이하고 있다. 순간, 병실 도어가 열리며 하얀 의사 가운을 입은 라멘집 노인이 병실안으로 들어온다. 민우를 한참 쳐다보더니 천천히 입을 연다. "라면맛이 어땟나요? 진짜 같던가요,.. 좀 더 강도를 높이면 몸에도 반응이 올겁니다..." 하면서 아무말 없는 민우의 안색을 살피더니 주사기를 든다. 천천히 주사바늘을 꼽고, 주사액을 집어넣는다. 놀라는 민우의 큰 눈이 감기면서 화면이 점점더 커지면 파노라마처럼 처럼 병동 전체가 보여진다. 그러면 병실 여기저기서 민우처럼 주사를 맞고있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여지며 조금씩 사방이 어두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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