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진짜 고래가 되는 길
마지막 날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두 개구리의 내면에서 서로를 향한 사랑의 센서가 완전히 깨어났다. 이제 기계적인 생존 분석 없이도 서로의 슬픔과 기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왕눈이는 아롬이의 뺨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완벽한 고래가 되기 직전의 자신과,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아롬이의 아름다운 첫 입맞춤이 될 터였다. 하지만 하늘은 잔인했다. 입술이 닿기 직전, 귀를 찢는 듯한 경고음과 함께 하늘에서 강한 번개와 벼락이 쳤다. 예고도 없던 최악의 게릴라성 이슬비가 도시 전체에 아주 비정상적인 무선 데이터처럼 붉은색 먹구름을 몰고 사방으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아롬이가 피할 곳을 찾지 못해 절망적인 표정으로 막다른 길에 갇혀 고개를 숙였다. 정교하게 버텨온 1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이슬비는 몸을 적실정도로 아롬이의 피부를 적셔온다. 작은 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 그 모습을 본 왕눈이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몸을 던진다. 왕눈이는 아롬이를 온몸으로 감싸 안으며 이슬비를 대신 맞는다. 차가운 빗물이 왕눈이의 초록색 피부를 녹이며 생명을 빼앗아 가기 시작한다. 왕눈이는 바닥에 주저앉아 소리 없이 우는 아롬이를 향해 마지막으로 손을 뻗는다. 그리고 아롬이의 기계적인 떨림을 멈추게 하듯 손을 단단히 맞잡은 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완전히 눈을 감는다.
감미로운 이슬비가 여린 한 생명을 앗아간다......
그 순간, 왕눈이의 품 안에서 아롬이의 작은 몸이 놀라울 정도로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매끄러운 고래의 피부가 은빛 마이크로칩처럼 돋아나고, 빗속을 거침없이 헤엄칠 수 있는 거대한 지느러미가 생겨난다. 아롬이는 왕눈이의 위대한 희생은 결합이라는 완벽한 알고리즘을 통해 자신이 진짜 고래가 되어가는 것을 온몸으로 생생하게 느낀다. 심장이 터질 듯한 슬픔 속에서 고래가 된 아롬이는 하늘을 향해 거대한 울음소리를 내뿜었다. 두 개구리의 가슴 속 코어는 그 어느 심장보다 더 뜨겁게 과열되고 있었다. 진짜 고래가 된 아롬이는 거대한 꼬리를 흔들며 하늘을 찌르는 폭우를 뚫고, 왕눈이의 영혼을 품은 채 그들이 그토록 꿈꾸던 자유롭고 넓은 바다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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