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롬이1

by홍길동


1화: 비 내리는 도시의 도망자


일 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내리는 기묘한 회색 도시가 있었다. 이곳의 하늘은 변덕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어서, 비가 적게 내리는 날은 1시간 만에 그쳤지만 지독한 날에는 24시간 내내 대중없이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 축축한 도시에는 아주 잔인하고 슬픈 비밀을 가진 생물이 살고 있었는데, 바로 초록색 작은 개구리들이었다. 이들은 여느 평범한 개구리와 달리 피부에 빗방울이 몸을 적실정도로 닿으면 그 자리에서 온몸이 치명적으로 녹아내려 죽고 마는 슬픈 운명을 타고났다. 하지만 이 지옥 같은 도시에서 인간들의 눈을 피해 딱 1년간 비를 맞지 않고 살아남으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자유로운 고래로 변해 푸른 바다로 나갈 수 있다는 신비로운 전설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 전설을 믿는 초록색 작은 개구리 '왕눈이'는 오직 살아남아 바다를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매일매일 숨을 죽이며 비를 피해 다녔다. 지독한 고독과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던 왕눈이의 눈앞에, 어느 날 매일 같은 자리에 숨어 빗소리를 듣고 있는 여친 개구리 '아롬이'가 들어왔다. 아롬이는 언제나 무너진 건물 구석진 자리에 앉아 낡은 나뭇잎을 우산 삼아 쥐고서 슬픈 눈빛을 하고 있었다. 왕눈이는 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틈을 타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빗물이 묻지 않은 깨끗한 이끼를 건넸다.

"오늘도 무사히 살아남았네요, 아롬 씨."

왕눈이가 다정한 인사를 건넬 때마다, 아롬이의 작은 입가에 아주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왕눈이에게 그녀는 처음엔 그저 거친 환경을 함께 버텨낼 동료에 불과했다. 하지만 불규칙하게 쏟아지는 폭우를 피해 매일 좁은 틈새에서 대화를 나누고, 그녀가 좋아하는 물기둥 소리를 함께 분석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상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차가운 도시에 홀로 남겨졌다는 두려움 대신 아롬이를 향한 감정이 차 올랐고, 그녀가 잠시 먹이를 구하러 자리를 비우면 온 신경이 오직 그녀의 잔상만을 쫓는 기묘한 지연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빗방울이 가늘어질 때마다 손을 꼭 맞잡은 두 개구리의 가슴 내부가 알 수 없는 뜨거운 감정으로 거세게 과열되고 있었다.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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