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반란
그녀가 결벽증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실장이 회사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갔을 때였다.
바닥, 가구, 그 밖의 물건들에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았고 화장실엔 물기 한 방울도 묻어 있지 않았다.
실장은 요리를 잘했고 그래서 그가 항상 요리를 한다는 사실과 그녀는 요리를 전혀 못하지만 결벽증으로 인한 습관으로 집이 언제나 빈틈없이 깔끔하다는 사실은 곧 알게 되었다.
회사일도 잘 해내고 집에서 매일 요리해 주는 남편... 이 정도면 훌륭한 남편이라 생각되지만 전에 인상 깊게 들은 한 연설에서 결혼 생활은 육체적 필요보다 감정적 필요가 충족되었을 때 더 행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떠올랐다. 방법은 그저 대화를 자주 나누고 사랑과 관심, 감사의 표현을 간단히 해도 충족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녀에게 감정적 필요만 충족되었다면 행복했을까? 부부 문제는 그들만 안다고 하니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가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는 곧 알게 되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실장은 퍽하면 사람들을 집으로 불러들였는데 아내와 상의도 하지 않고 불러내어 그녀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룸메이트로 인해 나는 그 기분을 너무 잘 알았다.
실장은 와이프가 싫어하는 행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장은 와이프의 의견 따윈 안중에도 없는 사람인 듯했다.
실장이 또 한 번 직원들을 초대했을 때 난 그녀에게 연락해서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물었고 역시나 그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화를 터뜨리며 안된다고 했고 휴대폰 너머로 실장을 욕하기 시작했다. 내가 잘 전달할 테니 염려 말라고 그녀를 진정시키고 전화를 끊은 후 실장에게 언니와 상의를 좀 하시고 초대하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직원들에게도 다음에 가자고 말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녀와 실장은 심하게 다투었다. 싸우고 나서 그녀는 밤새 울었다고 한다.
사실 다른 사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매사에 제멋대로 행동하는 실장의 모습은 회사에서도 나오곤 했다.
난 점점 그가 싫어졌고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도 싫어질 때쯤 코로나가 시작되고 한국에 잠시 나와 있을 때 그녀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울증 조울증 공황장애 그리고 암... 마음의 병은 그렇게 그녀의 몸에 큰 병을 가지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