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외로움
조선족 실장의 와이프는 한국인이었다. 몇 번 만날 기회가 있었고 주변에 한국인 친구가 없어서인지 나에게 가끔 연락을 하곤 했는데 그녀가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혼을 몇 번이나 하고 도박에 빠진 자신의 엄마로 인한 어린 시절의 상처, 자신에게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남편 때문에 속상해 매일 밤마다 울고 있다는 그녀...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우면 몇 번 만나지도 않은 나에게 이런 사실들을 털어놓을까... 난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들어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말하고 나면 속이 시원해진다며 고맙다고 말하곤 했다. 그들은 대륙에 그들 명의로 된 땅과 집이 몇 채나 있는 부자였지만 이런 상황에서 돈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진정한 행복이 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너무나 외로워했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싫어했다. 우울증을 넘어 조울증, 공황장애. 많은 감정적, 정신적 질병들이 그녀에게 더해졌다. 결혼해서도 외로운 건 더 힘든 외로움이라는 말을 그녀를 통해 알게 된 것이 좀 미안하다. 그리고 그녀가 나에게 한 말들은 회사에서 실장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영향을 주었는데 집 밖에서와 집 안에서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이 그를 더 안 좋은 시각으로 보게 만들었다. 내가 아는 나, 가족이 아는 나, 다른 사람들이 아는 나... 모두가 같은 나인지, 아니면 다른 세명인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어떤 상황, 어떤 장소에서도 동일한 내가 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행동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적어도 집 안에서와 집 밖에서 너무나 다른 사람이라는 말은 듣지 않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