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맨 공격

회식

by클라라

회식을 했다. 느끼한 스페인맨이 앞의 옆에 앉아서 대화하기가 비교적 쉬운 자리였다. 스페인맨에게 차인 룸메이트는 멀찌감치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고 실장님 팀장님 그 외 직원들 6명 정도가 참석했다. 난 스페인맨이 원래 마음에 안 들었는데 룸메이트도 차였겠다 여직원들한테 앞으로라도 쓸데없이 끼 부리고 다니지 않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에 그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스페인맨(물론 실제로는 그의 이름을 부름) 결혼하고 싶죠?"

"네 결혼생각 있습니다."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데요?"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성실하고...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착하면 좋겠어요."

"쿤밍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좀 만났나요?"

"... 보고 있습니다."

"같은 스페인 여자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국제결혼 가능해요? 아시아 여자?"

"음... 글쎄요. 뭐 언어만 통한다면..."


물론 우리의 대화는 중국어이고 난 여기서 더 이상 돌려서 말하지 않았다.


"스페인맨은 참 친절한 것 같아요. 그래도 특별한 친절은 결혼할 생각이 있는 여자에게만 나타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여자들이 오해할 수 있으니까."


그는 내가 뭔가를 알고 얘기한다는 걸 눈치챈 듯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더니 반박하듯

"한국인은 그런가 봐요. 유럽은 그렇지 않습니다.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남녀가 친구로 편하게 만날 수 있죠."


그래. 그렇지. 결국 먼저 말을 시작한 내가 뻘쭘해지는 순간이었다. 나의 룸메이트는 오해해서 너와 결혼까지 생각했다는 걸 말할 수도 없고 그저 한방 먹은 모습으로 "그렇군요"라는 말밖엔...

남녀가 친구로 지낼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니까. 스페인맨의 말로 다들 각자의 의견을 얘기했고 한방 먹이려 한 나의 시도는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게 끝나버렸다.

하지만 사필귀정.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 대한 평판은 내려갔고 남자든 여자든 그는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일도 성실하게 하지 않아 실장님께 한번 불려 가 혼이 났다고 한다. 결국 그는 스페인으로 돌아갔고 몇 년 후 엄청 예쁜 동유럽 아가씨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직원 중 한 명이 결혼사진을 봤다고 한다. 그때 이후로 뭐 그밖의 다른 스페인 남자는 어디서든 볼 기회가 없었고 스페인 하면 그 느끼맨이 떠올라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이... 다른 스페인맨들에게 미안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