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쿵 저러쿵 찰떡쿵
괜히 싱숭생숭했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지만 어쩌다 바람 쐬고 싶은 날.
요즘이 딱 그랬다.
눈뜨면 햇살이 고왔다.
바람결이 좋았다.
물들어가는 단풍이 떨어질까 조바심이 났었나 보다.
공무원 연금 잡지에서 본 보령죽도상화원이다.
생각이 떠나지 않고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럼 떠나는 거다.
내편에게 말하면 무조건 콜~
"여보, 내가 검색해 봤는데 보령 여행은 충청수영성, 죽도상화원, 개화예술공원이 좋더라구. 당신이 좋아하는 겸사겸사해서 다 다녀올 수 있을까?"
"그래요. 가는 길에 다 들려요. 시간 많은데 걱정할 거 없어요."
평소에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고 싶어 하는
내편의 겸사겸사가 성립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우린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첫 목적지는 충청수영성이다.
제미나이가 고속도로로 가다가 광천 IC로 나가면 빠르다고 했는데
내편은 내비의 안내대로 공주로 나갔다.
곧 도착할 줄 알았던 충청수영성은 계속 달려도 멀게 느껴졌다.
"여보, 광천 IC로 나가면 한 시간 1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지?"
"곧 나올 거예요. 거의 도착해 가는 것 같아요."
"하긴 드라이브한다고 생각하면 경치를 보며 가는 것도 좋네."
"그럼요. 들판에 벼가 노란 해서 보기 좋네요."
황금 들판이란 표현이 딱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간간히 나무에 달린 주황빛 감도 한몫했다.
"여보, 저기 봐요. 코스코스 밭이에요."
"옛날엔 길가에 죽 피었었는데 요즘은 밭으로 만들어 놨네."
"밭이 좋죠. 한 번에 씨를 뿌려놓으면 관리하기도 좋고, 또 관광객들 사진 찍기도 좋고요."
마음은 승용차를 멈추고 사진 찍고 싶었는데
가던 길을 지나쳐왔기 때문에 다시 되돌아갈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달렸다.
주포, 남포를 지나 드디어 오천항이다.
역시나 표지판이 있어도 내편답게 충청수영성을 지나쳤다.
알아차린 내편은 오천 초등학교 근처에 주차했다.
"여보, 한참 걸어가야 하는 거 아냐?"
"겸사겸사해서 운동 겸 걸어가면 좋죠."
"에긋~ 고놈에 겸사겸사 때문에 다리 아프게 생겼네."
"여행은 걸어야 제맛이죠."
"누가 그래. 떡하니 주차장이 있는데도 지나쳐서 걸어가야 하는데."
"다 당신을 위해서 지나온 거예요. 시간도 많은데 걸어야죠."
우린 좁은 도로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었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이게 무엇?
사진 찍고 싶었던 밭을 이룬 코스모스가 흔들리며 나를 불렀다.
이쁜 척 사진 속으로 찰칵.
우리는 충청수영성 후문으로 들어갔다.
성으로 가는 길 아래는 바다와 배가 보였다.
경치가 아름다웠다.
짭짤한 갯내가 바람 타고 전해졌다.
정자에 오르니 키가 껑충한 소나무가 멋스러웠다.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이 장관이었다.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과 경쾌한 마음.
딱 가을이다.
햇살과 바람 사이가 정겨운 가을이었다.
선선함 뒤로 해와 바람은 곧 경쟁을 하겠지 싶다.
누가 더 힘이 센지 쟁쟁한 한파전에 돌입하겠지 싶다.
우리 모르게 가을은 자취를 감추지 않을까 싶다.
옛 선인들부터 지금 세대까지
시심이 저절로 올라올 것 같은 경치에 흠뻑 빠져 보았다.
정문으로 내려오는 길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