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부부의 찰떡쿵
며칠 전 내편은 내가 입은 바지를 보고 부러워했다.
"여보, 나도 당신처럼 얇은 바지 입고 싶어요. 면바지는 더워요."
탁구를 재미로만 칠 줄 알았다.
집에서 편하게 입고 탁구장 갈 때도 가볍게 입고 다니기를 바랐는데
내편은 그동안 무겁게 입고 다녔나 보았다.
"여보, 인터넷에 체육복 바지 좀 검색해 줘요."
"당신이 해~"
"나는 어디로 들어가서 뭘 봐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건 당신이 잘 하더라고요."
"나도 잘 몰라. 그냥 눈에 띄면 사는 거지."
"그러니까 검색해 봐요. 마음에 들면 사게요."
"당신 옷은 백화점 가서 직접 보고 사는 게 좋아."
"에이~ 아니에요.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거로 저렴한 게 좋아요."
"아디다스? 나이키?"
"아뇨. 유명 상표는 필요 없어요. 그거 다 상표값이에요."
알뜰한 내편이닷.
네이버 스토어를 검색하고 쿠팡 검색.
눈에 하나 딱 걸렸다.
"여보, 이거 어때? 근데 너무 싸다."
"어디 봐요."
싸다는 말에 혹한 내편은 핸드폰을 뺐다시피 받아 들었다.
"오~ 이거 좋아요. 좋은 것 같아요. 주문해 봐요."
"이거 너무 싸지 않아?"
"원뿔 원인데 15,000원이면 거저네요. 거저. 남는 게 있을지 모르겠어요."
싼 옷 타령을 해놓고 옷 장사 걱정하는 내편.
알쏭달쏭하지만 내편 쪽으로 기울인 마음은 싼 옷을 선호한다는 것.
"주문했어요?"
"아니, 보는 중이야."
"보긴 뭘 봐요. 얼른 주문해요. 다 팔리기 전에~"
재촉에 주문하기를 누르고 결재까지 진행.
내편은 싸다는 걸 강조하면서 기분 좋게 꿈나라로 향했다.
핸드폰에 전해진 문자를 확인하고 현관문 밖에 배송된 옷을 가지고 들어왔다.
"여보, 바지 왔어."
"엉? 이렇게 빨리요? 어젯밤 늦게 주문했는데 벌써 와요? 밤에 잠도 안 자고 일하나 보네."
"로켓 배송이라서 빨리 왔어."
로켓 배송은 약 20,000만여 원 결재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데
바지와 더불어 카레까지 산 것은 말하지 않았다.
어쨌든 내편은 포장을 뜯자마자 감탄사를 연발~
"야~ 좋다. 좋네요. 내가 원했던 바지예요. 여름 바지는 이렇게 얇아야지 시원해요. 내 맘에 쏙 드네."
기쁜 마음에 방언이 터졌다.
바로 바지를 입은 내편.
"여보, 바르게 입어야지. 앞뒤가 바뀌었네."
"엉? 그러네요. 너무 좋아서 정신이 없나 봐요."
제대로 바지를 입은 내편은 입이 귀에 걸렸다.
"햐~ 너무 좋아요. 시원해요. 여보. 이거 더 주문해요. 운동하려면 두 장 가지고 부족해요. 어서요."
"너무 싼대. 이번엔 좋은 거 사."
"아니에요. 이게 딱이에요. 이거 넉 장 사요. 여섯 장 살까? 아니 됐어요. 넉 장만 사요. 더 사야 되나~"
"에구~ 뭘 그렇게 많이 사. 올해만 입어. 내년에 다시 사고."
"어서 사구려. 이렇게 똑같은 물건을 사기 쉽지 않아요. 이번에 사요. 이거 5년은 끄떡없이 입을 수 있어요. 주문했어요?"
말만 하면 저절로 결재되는 줄 알고
재촉하고 또 재촉해서 할 수 없이 주문했다.
또 한 번 확인 사살 당할 것 같아 망설이지 않고 결재했다.
"에긋~ 주문했어. 내일 도착한대."
"잘했어요. 고마워요. 당신 덕분에 시원한 바지 입고 운동하게 됐어요."
내편이 좋아하면 나도 만족.
더 좋은 걸로 사준다고 해도 마다하는 내편을 이길 수 없다.
이쯤에서 내편의 알뜰 절약 정신에 동조하는 걸로.
손가락 터치 하나로 내편이 즐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