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만 고운 체리 자두

은퇴 부부의 찰떡쿵

by그님

마트에 진열된 과일 중 빨간 해서 유독 눈에 띄는 과일.

'체리 자두'라고 쓰여 있었다.

자두는 시큼한데 체리 맛이 가미되면 작아도 달달한 맛이 날 것 같아

냉큼 집어 들고 계산했다.


"여보, 이거 뭐예요?"

"거기 쓰여있잖아. 체리 자두."

"체리 자두? 그런 게 있어요?"

"응, 자두는 신데 체리 맛이 나면 달 것 같아서 샀어."

"엉터리예요. 엉터리. 무슨 자두에서 체리 맛이 나요."

"빨갛잖아~"

빨갛다는 이유로 나는 먹어 보지도 않고 자신했다.


"당신 다 들어요. 맛있게."

어째 말하는 뉘앙스가 영 마음에 안 들었다.

"같이 먹어야지. 콩 한 쪽도 나누어 먹어야 정이 생기지."

"정 안 생겨도 되니께 당신 실컷 들어요. 얼마 되지도 않는 구먼."

내편은 나를 위해 양보하는 거란 생각을 했다.


식탁 위에 빨간 체리 자두가 담긴 하얀 접시.

"여보, 내가 씻어 놓았으니까 식사하고 들어요."

자두를 먹을 생각에 밥을 꿀떡꿀떡 넘어갔다.


당연한 듯 자두를 집어 한 입 앙~

나의 기대는 완전 와사삭 조각났다.

"어때요? 맛있어요?"

"응, 체리 맛도 조금 나는 것 같아."

"체리 맛이 나긴 얼마나 나겠어요. 자두는 자두지."


"당신 어떻게 그리 잘 알아?"

"안 봐도 알죠. 그걸 꼭 먹어봐야 알아요?"

한 입 더 앙~ 우걱우걱 씹는데 인상이 찌푸려졌다.

"왜요? 맛있지 않아요?"

"당신도 드셔봐. 먹어 봐야 맛을 알지."


"난 안 먹어도 맛을 아니께 당신 다 들어요."

"아니이~ 셔. 너무 셔. 이걸 누가 체리 자루래~"

"거봐요. 아직 멀었어요. 조금 더 연구해서 만들어야 해요. 그게 쉬운 게 아니라니까요."

알아도 너무 잘 아는 내편.


"여보, 이거 언제 다 먹지?"

"얼마 되지 않으니께 당신이 다 처리해요."

"뭐? 처리? 당신도 처리해야지. 나만 처리하면 안 되지"

"당신이 샀으니께 당신이 처리해요."


"당신도 처리해. 당신 입속으로. 나를 도와줘야지."

"아이~ 됐어요. 난 처리 안 해도 돼요. 먹고 싶어서 샀으니께 당신 다 들어요."

"의리 없네~"

"의리 없다니요. 당신 다 먹으라고 양보해 주는 건데."

"양보 안 해도 되거든. 이런 건 같이 먹어야지. 당신 안 먹으면 다 버릴겨."


내편은 동공에 지진을 일으켰다.

"사놓고 버리다니요. 알았어요. 나는 한 개만 먹을 테니까 나머지는 당신이 다 먹어요."

도와주는 건지 약 올리는 건지 헷갈렸다.


작은 포장 한 팩을 샀는데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것은

쉽게 손이 가지 않고 바라만 보기 때문이었다.

많지도 않은데 저걸 언제 다 먹나?

푸대접하게 된 체리 자두닷.


체리 자두는 오늘도 냉장고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쪼글쪼글 일주일째.....

언제쯤 자두가 체리맛으로 변할까.

아마 그럴 리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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