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부부의 찰떡쿵
더워도 너무 더우니 가스불 앞에 서서 반찬 만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보, 더운데 김치랑 대충 먹읍시다."
어쩜 그리 내 마음을 잘 아는지 고마웠다.
아니, 불 앞에 서보니 덥다는 걸 알았나 보다.
아침 식탁에 내편이 준비한 찐 단호박과 찐 계란.
그리고 배추김치, 열무김치.
정말 김치만 내놓고 먹었다.
당장 준비한 것은 단호박과 계란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허허허 너털웃음을 웃으며 감사하게 먹는 내편.
아침 식사와 설거지를 마치고 주방에 선 나는
감자 껍질을 벗겨 블렌드에 드르륵 갈았다.
홍고추를 쫑쫑 썰어 넣었다.
냉동실에 얼려 놓은 부추를 넣고 달걀 탁~
소금 한 꼬집 넣고 휘휘 저은 후 달군 팬에 올리브기름 두르고
감자 반죽을 올려 전을 두 장~
치어 이익~ 지글지글~
기타 연습을 하느라 튕기던 손을 멈추고 나온 내편.
"어이구~ 뭘 그렇게 만들어요?"
"응, 당신 먹여 살리려고."
"고맙네요. 날씨도 더운데. 그래도 아침에 하는 게 낫죠. 시원하니 잘 생각했어요. 그런데 당신도 먹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나만 먹는 것도 아니고."
"에이~ 당신 위해서 만든 거지."
"그래요? 당신 덕분에 먹고살아요. 고마워요."
"나도 당신이랑 같이 먹으니까 좋아."
노릇노릇 한 빛이 맛깔나 보여 침이 꿀꺽 넘어갔다.
오늘 저녁 식사를 위한 음식 준비 끝.
뿌듯 뿌듯함.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 가스불을 댕겨 음식 하는 것을 안 좋아하는 내편.
밀폐된 공간이라 가스와 음식 냄새는 건강에 더 좋지 않다고 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한 가지 음식만 후딱 만들면 괜찮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괜스레 신경이 쓰였다.
내편과 나의 건강까지 염려된다면
오늘처럼 문 열어 놓았을 때, 아침 바람이 조금이나마 시원할 때
후다닥 한 두 가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