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부부의 찰떡쿵
탁구장에 다녀오면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내편.
"여보, 오늘 경기 어땠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아니."
"에이~ 어땠는지 물어봐 줘요."
"이겼나 보네."
"처음엔 두 번 이겼거든요. 근데 나중에 힘 빠져서 졌어요."
내편은 항상 이겼다는 것부터 말했다.
자랑스럽게 신나서 말하다가 졌다는 말은 꼬리를 내렸다.
"연습할 때는 잘 됐는데 커트가 왜 안 되지......"
손으로 연습하며 말을 하는 내편이닷.
"여보, 나 탁구화 사야겠어요."
"사슈~ 원래는 전용 신발을 신고 해야 돼."
"그런가 봐요. 나 오늘 탁구 치다가 뒤로 쭉 미끄러졌어요."
"엉? 미끄러졌다고? 다치지 않았어?"
다행히 다치지 않았다고 하지만 괜스레 걱정이 많아진 나.
"여보, 운동화 당장 주문해."
"그래야겠어요. 아까워서 조금 더 신으려고 했는데 다치기 전에 사서 신어야겠어요."
"안전이 최고지."
"당신 말이 맞아요."
서재로 들어가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나온 내편.
"여보, 해외 직구했어요."
"우리나라 것도 좋은 제품 많은데 왜 해외 직구해?"
"재미나이에 물어봤더니 사이트 알려줘서 그냥 주문했어요."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내편은 가끔 나를 놀라게 했다.
"여보, 여기 신발 왔어요. 탁구화요. 야~ 너무 멋진데요."
해외 직구란 말에 이미 실망한 나.
"여보, 당신 발바닥 넓잖아. 맞을까?"
"맞을 거예요. 야~ 정말 좋네요."
이미 탁구화에 홀딱 빠진 내편이닷.
"신어 봐야지 알지. 볼이 좁으면 불편하잖아."
운동화를 내려놓고 신어 보는 내편.
"아니에요. 볼도 널찍하니 편해요."
신는 사람이 편하다고 하니 믿기로 했다.
그런데 또 다른 고민이 생긴 내편.
"여보, 탁구를 잘 치고 싶은데 성에 안 차요."
"뭐? 나는 당신이 성에 안 차. 그만하면 됐지. 뭘 그렇게 욕심내."
"아니이~ 지금 제자리걸음이에요. 더 늘지도 않고."
"치다 보면 늘어."
"내 성에 안 찬다니까요. 더 잘 치고 싶은데."
"나는 당신이 성에 안 찬다니까. 즐겨 즐겨. 재미로 치라니까."
"에이~ 잘 쳐서 못 치는 사람들 상대로 같이 쳐주면 좋잖아요."
"지금도 충분해. 선수 될 것도 아니고."
"선수는 안 되지만 그래도 같이 칠 만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 정도면 뭔가 계획이 있는 내편이닷.
아니나 다를까 슬며시 말을 꺼냈다.
"여보, 차 타고 10분 거리에 클럽이 있대요."
"클럽? 무슨 클럽?"
"탁구 클럽 말이에요."
"그래서?"
"나 거기 다니면 실력이 늘 것 같아요. 배우는 방식도 다를 거고."
"됐어. 동네에서 즐기면서 치면 되지. 전문가가 될 것도 아니고."
"전문가 되고 싶어요."
마치 보채는 아이 같다.
"그래서 말인데요. 오늘 클럽에 다녀오려고요."
"거긴 선수들이야. 당신 못해."
"못하니까 배우러 가는 거죠."
"얼마나 잘 치려고 그래? 그냥 즐기라니까."
"나 잘 치고 싶어요.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요."
내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클럽에 가서 분위기가 어떤지 보고만 온다던 내편.
"햐아~ 너무 좋아요. 와 보길 잘했어요. 1층은 용품점 있고요. 2층은 레슨받는 곳이고, 3층은 경기하는 곳이래요. 나 등록하고 왔어요."
마음을 먹고 있던 차라 일사천리로 등록까지 하고 온 내편이닷.
일단은 응원과 격려를 해주는 걸로.
"잘 다녀 보슈. 열정이 있으면 실력도 늘 거야."
"알았어요. 고맙소. 일단 한 달만 다녀보려고요."
역시 알뜰한 내편.
한 달이 아니라 실력이 늘 때까지 다닐 것 같은 예상.
한 번 마음먹으면 집요하게 몰입하는 내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