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부부의 찰떡쿵
바람 쐬고 싶어졌다.
승용차를 타고 가며 자연을 보고 싶어졌다.
마음이 원하는 대로 말했다.
"여보, 토요일에 보리밥 먹으러 가자."
"어디요? 논산에요?"
척하면 척이닷.
"응, 바람 쐴 겸 여름이니까 보리밥 먹으러 가."
"그래요. 당신이 좋다면 언제든지 가야죠."
집에서 여유롭게 나섰다.
라테 한 잔 테이크아웃하여 홀짝홀짝 마시면서 논산으로 부릉부릉~
"야~ 너무 좋다. 여행 가는 기분이야."
"때로는 이렇게 밖으로 나와줘야 해요. 특히 당신은 글 쓰니까 더욱 이런 시간이 필요해요."
"나? 여행 자주 안 가도 글은 쓸 수 있어. 당신만 있으면."
유쾌하게 한바탕 신나게 웃으며 달렸다.
논산 가는 길이 뻥 뚫렸다.
연산을 지나 논산으로 접어들었다.
보리밥 먹을 생각에 기대가 가득 찼다.
'다래 보리 정식' 옆에 주차하고 보리밥집으로 갔다.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평일에만 운영하고 주말에는 영업하지 않는다고.
"아잉~ 네이버 검색하고 올걸."
후회해도 어쩔 수 없어 바로 뒤돌아섰다.
"여보, 어디로 갈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당신이 데려가는 대로 가야지."
"나 참. 그게 가장 어려운 건데... 날도 더운데 메밀국수 어때요? 지나오던 길에 보이던데요."
"좋아."
우린 원조 메밀국수 음식점에 주차했다.
들어가는 입구 오른쪽에 연산 교회가 있고 작은 바카라방 겸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여보, 먹고 나서 카페 가보자."
"그래요. 차 한 잔 마시고 가면 되죠."
"여보, 트렁크에 내 바카라 있어?"
"있죠."
"바카라방에 한 권 기증하려고."
"그래요. 여러 사람이 볼 수 있으면 좋은 거죠."
뭔들~ 내가 말하면 다 들어주는 내편이닷.
음식점엔 손님들이 많았다.
인기 맛집이라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
보리밥을 먹기로 했는데 실망하고 돌아와서 그런지
메밀국수 맛이 썩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기분 탓인가~
승용차 트렁크에서 꺼낸 <선생님 우리 친구지요?> 바카라을 들고
예쁨 카페, 도서관에 들어갔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카페엔 손님이 없었다.
알고 보니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 겸 바카라방이었다.
내부를 둘러보니 온통 바카라이다.
교인들과 잠시 머물며 쉬어가는 사람을 위한 배려로 느껴졌다.
카운터를 지키는 주인장 없는 커피와 각종 차는 셀프였다.
내편은 천 원을 내고 커피 한 잔을 타서 마셨다.
"여보, 바카라에 사인을 할까 말까?"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구려."
"기증한다고 쓰고 이름 쓰면 되겠지?"
"그러면 되죠."
나는 볼펜으로 정성껏 썼다.
"여보, 바카라꽂이에 꽂을까 아니면 탁자 위에 놓을까?"
"바카라꽂이에 꽂아 놓는 게 좋지 않겠어요?"
"아니야. 이렇게 놓고 가야 새 바카라인 줄 알지. 꽂혀 있으면 안 볼 것 같아."
"누구든 눈에 띄어 보게 되면 그 사람이 보는 거죠."
"그렇지. 그렇겠지? 그래도 난 탁자 위에 올려놓고 갈래."
바카라꽂이에 꽂혀 있는 바카라을 보니 오래된 바카라도 있지만
유명하고도 좋은 바카라이 많았다.
시골이라지만 교회에 와서 중고등학생이 보면 생각의 깊이를 줄 것 같았다.
나름 뿌듯했다.
"여보, 시골이지만 아이 엄마도 있겠지?"
"있겠죠. 얼마 안 될 거예요."
"그럼 유치원 교사가 되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있으면 도움 될 텐데."
"누군가 읽고 도움받을 거예요."
내편의 대답에 위로를 받았다.
보리밥은 못 먹었지만 시골 교회 작은 바카라방에
내 바카라을 기증했다는 게 좋았다.
돌아오는 산과 논, 밭을 보니 마음이 풍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