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부부의 찰떡쿵
쪼르륵~ 쪼르르르륵~
커피에 우유를 넣었다. 라테로 마시려고.
우유가 똑떨어졌다.
저녁에 마트로 '사러 가야지' 생각했다.
해 질 무렵 내편은 맨발걷기 나가자고 하였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하는 말.
"여보, 달걀 다 먹었어요. 사야 하는데 지갑을 안 가지고 나왔네요. 핸드폰도 집에 놓고 오고요."
"내가 사면 돼."
캠퍼스 소운동장을 맨발로 걸었다.
걷는 시간은 이야기 나누는 시간.
당장 떠오르는 생각을 말로 표현하였다.
과거보다는 현실, 미래보다는 현실 이야기를 주로 했다.
그만 걸어도 될 것 같아 말했다.
"여보, 이제 그만 걸어."
"그만해요? 더 걸어도 되겠구먼."
힐끗 눈치를 살피는 내편.
"알았어요. 당신이 그만 걷자고 하면 그만 걸어야죠. 이만하면 충분해요. 안 한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바로 인정하고 우린 세면대에 발을 하나씩 올려놓고 씻었다.
달걀 사러 마트를 향해 걸었다.
동네 마트라서 일하시는 분들이 밝게 맞이했다.
달걀 한 판만 사서 나왔다.
그때 생각을 못 했다.
우유를 사야 한다는 걸.
아침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려 냉장고를 여니 안 보이는 우유.
"아이구. 어제 우유도 샀어야 하는데 그냥 왔네. 커피 마셔야 하는데 어쩌지?"
망설이는 나를 보고 말하는 내편.
"운동 겸 가서 우유 사 와요."
"또 운동겸이래. 아이 귀찮은데. 에잇~ 어제 왜 생각이 안 났지?"
나가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을 읽은 내편.
"여보, 내가 우유 사 올까요? 나 어차피 탁구장 가야 하는데 사놓고 가리다."
"아녀. 내가 다녀와야지."
운동하러 탁구장에 가는 내편에게 우유 사 오라고 하기 미안했다.
"억지 운동하게 생겼네."
"내가 바라던 바예요. 운동 겸 가서 사 오구려. 잘 됐어요."
뒤로 미루는 습관 때문에 나가기 싫어도 나가야 했다.
라테를 마시기 위해서는.
운동하러 가는 긍정맨 내편에게 부탁할 수 없었다.
내가 마실 라테라서.
양산 들고 해를 가리고 마트에 갔다.
낮보다는, 저녁보다는 시원함이 있었다.
그래. 아침에 다녀오는 것도 괜찮아~
커피를 내리고 우유를 쪼르륵~
상큼하고 상쾌한 아침을 맞았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내편한테 할 일을 미루지 않아 기분좋다.
게으름을 피웠지만 아침에 억지 운동이라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