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부부의 찰떡쿵
이열치열.
초복이라 더 덥다.
그럼에도 감자와 당근 수제비를 만들어 먹으려 강행했다.
며칠 전 블친이신 조현숙 작가님의 포스팅을 보았다.
어릴 적 엄마가 감자를 갈아 밀가루와 섞어 만들어 주신 감자 수제비.
당근을 잘 먹지 않는 작가님을 위해 갈아서 밀가루 반죽하여 만든 수제비.
나도 어릴 적에 엄마가 수제비를 해주셨었다.
감자 수제비인지 당근 수제비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밀가루 반죽이었다는 것은 생각난다.
구수하니 감칠맛이 입안을 감싸 맛있게 먹었었다.
결혼 후에는 내가 아이들에게 당근 수제비를 해주었다.
엄마가 해주신 수제비의 맛을 머리로 생각하여 재료를 먼저
감자는 납작 썰어 양파와 함께 넣고
끓으면 마늘과 간을 살짝 한 후
숙성시킨 당근 반죽을 꺼내 손으로 뚝뚝 떼어 넣었다.
멸치 육수를 내고 소금 간을 했다.
맛이 어떨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군말 없이 잘 먹었다.
아니 먹으라고 내미니 억지로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난 엄마의 손맛을 음미하며 맛있게 먹었다.
그 후에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줄 알고 '수제비 해줄까' 물어보면
아들과 딸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안 먹는다고 하였다.
다음부터는 물어보지 않고
내가 먹고 싶은 날은 수제비를 끓여 식탁에 올려놓곤 했다.
'당근 수제비가 색감이 예쁘지 않냐'라며 억지로 대답을 끌어냈다.
'맛있다'라고 후르릅 쩝쩝하는 모습을 보여도
아들과 딸은 깨작거리면서 먹다 남겼다.
우리 아이들도 당근을 싫어했다.
물 대신 강판에 간 당근을 밀가루와 반죽하여 수제비를 만들어 먹였다.
열 손가락 안으로 꼽을 만큼 수제비를 끓여 먹고는
먼먼 기억 속으로 수제비는 사라졌다.
아이들이 해달라고 하지 않으니 나 먹자고 일부러 하는 것은 싫었다.
오랜만에 감자 수제비를 끓이기로 했다. 나 혼자 먹으려고.
내편이 집에 있으면 시도조차 못했을 것이다.
저녁 약속이 있어 외출한다는 내편의 말에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기회가 왔다. 오늘만이 기회다.
조현숙 작가님의 블로그에 들어가 글을 다시 읽었다.
감자 수제비 사진도 클릭하여 확대해보았다.
주방으로 입성.
감자를 깎아 강판에 갈아 밀가루를 넣고 버물 버물~
반죽이 축축 늘어지는 것을 보고 만족.
당근도 갈아 밀가루 반죽을~
숙성시키는 동안 냄비에 물을 넣고 가스불을 켰다.
양파를 썰어 넣고, 호박을 넣고.
냉동 마늘을 넣은 후 멸치 액젓으로 간을 했다.
보글보글 끓는 냄비에 감자 반죽과 당근 반죽을 손으로 뚝뚝 떼어 넣었다.
얼마 후 대파 썬 것도 넣었다.
텁텁한 국물이 엉겨 붙는 걸 보고 가스불을 껐다.
오목한 접시에 덜어 담고 깨 솔솔솔~
서큘레이터를 켜놓고 식탁에 앉아 한술 떴다.
간이 딱이다. 내 입맛에는.
누가 뭐래~ 만족하며 먹었다.
이게 웬걸~
감자 수제비를 만드는 동안 송골송골 맺힌 땀은
머릿속에서 주르륵 미끄럼 타고 내려왔다.
바람도 소용없다.
입안으로 뜨거운 수제비가 들어가자 몸까지 열이 후끈.
땀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맛있다.
내편과 같이 먹었으면 폭풍 잔소리 들었을 것이다.
이젠 안다.
잔소리를 피할 수 있는 시점을.
내가 좋아서, 먹고 싶어서 끓일 때는
잔소리꾼이 없어야 마음 놓고 끓여 먹을 수 있다.
내편의 잔소리는 나를 향한 애정이라는 것도 안다.
더운 날 땀 흘리며 수고하는 나를 걱정할 테니.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항상 내편 몰래 시도한다.
나중에 들키면 뻔뻔함으로 대하면 되니까.
그러면 내편은 두 손, 두 발을 든다.
나의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