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부부의 찰떡쿵
가만히 있어도 덥다.
더워서 에어컨을 켜고 싶은데 집에 혼자 있어 선풍기를 켰다.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데 탁구장에 갔던 내편이 들어왔다.
겉옷을 벗어 거실에서 왔다 갔다 하는 내편.
선풍기 옆을 지나가는데 약풍이던 선풍기가 멈춘다.
"어? 여보, 선풍기 왜 꺼? 나 더운데."
"응? 나 선풍기 안 껐는데요."
"근데 왜 선풍기가 멈춰."
"몰라요. 이거 왜 꺼지지?"
"당신이 일부러 끈 거 아니었어?"
"아뇨. 날씨가 더운데 왜 꺼요. 옆에 지나가는데 저절로 꺼진 거예요."
강 중 약 버튼을 차례로 눌러 보는 내편.
날개가 살짝 움직이다 멈췄다.
"어? 고장 났나?"
"이거 고장 난 거 같아요."
"하긴 고장 날 때도 됐지."
하마터면 선풍기 옆을 지나가는 내편에게 큰소리칠 뻔했다.
더운데 선풍기를 왜 끄냐고.
오이밭에서 신발 끈 매는 것처럼
선풍기 옆으로 왔다 갔다 하는 내편을 오해했다.
안방에 있던 선풍기를 꺼내와 다시 켜주는 내편.
"고마워. 여보. 선풍기 하나 사야겠네. 서큘레이턴가 뭔가로."
"그래요. 요즘 그게 인기인 것 같아요. 그거 하나 사요."
"알았어. 남아 있는 것도 오래돼서 곧 고장 날 것 같아."
"이것도 한 30년 됐을걸요."
맞다. 우린 물건을 사면 소중하게 다루기 때문에 오래 사용한다.
버릴 생각을 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새로 구입할 서큘레이터를 생각하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
인터넷 검색을 했다.
비싼 제품이 있고 저렴한 제품 중
유명 회사는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눈에 익숙한 제품을 선택하여 내편에게 공유.
엄지 척 이모티콘을 보낸 내편.
냉장고도 7년이 제 수명이라고 기사가 말한 게 생각나
오래 사용해야겠다는 마음을 비우고 저렴한 제품으로 선택했다.
망설이지 않고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입금까지 완료.
전날 밤에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전에 도착한 서큘레이터.
탁구장에 다녀온 내편.
"여보, 이거 왔어요. 근데 왜 두 개예요?"
"엉? 사는 김에 두 개 샀어. 세 개 사려다가..."
"뭐라고요? 세, 세 개요?"
말을 잇지 못하는 내편대신 다음 말을 했다.
"어차피 남은 선풍기도 고장 날 것 같아서 그냥 샀어."
"당신은 정말 손이 커요. 쓰던 선풍기는 사용해도 되는데."
"에이~ 그 선풍기는 바람이 세지 않아서 마음에 안 들었어."
"그렇다고 두 대나 사요? 나는 그냥 써도 되는걸."
내편의 표정과 말에는 '낭비'라는 눈빛까지 발사되었다.
"아니야. 이제 당신도 시원한 선풍기 쓰셔."
"됐어요. 쓰던 거 쓸 거예요."
"그거 덥다니까. 그냥 버려. 새거 쓰고."
"아니, 아직 멀쩡한 걸 왜 버려요?"
그럴 줄 알았다.
내편의 반응에 웃음이 나왔다.
"난 더위 잘 안 타서 옛날 거 써도 괜찮아요. 그냥 놔둬요."
"그렇게 당신이 절약하니까 내가 에어컨을 마음대로 못 켜잖아."
눈이 동그래진 내편.
"그래요? 아구~ 미안해요. 당신이 더우면 언제든지 에어컨 켜요. 나 상관하지 말고요."
상관하지 말고 켜라는 내편의 알뜰함에
집에 혼자 있을 땐 에어컨을 켜지 못하고 있었다.
내편이 집에 있을 때만 켰다.
그래야 미안함이 덜했다.
나 혼자 낭비하면 안 되니까.
오늘도 에어컨을 가동할까 말까 고민하다 서큘레이터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