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부부의 찰떡쿵
오병이어 학사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온 우리.
내편은 우체국 봉사하러 가야 했다.
아쉬운 인사를 하고 나 혼자 캠퍼스 산바카라을 했다.
걷다 보니 문득 생각나는 영지버섯.
6월 초에 발견한 영지버섯이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해졌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지 걱정도 되었다.
캠퍼스 벚꽃길에서 뒷산 옥녀봉을 향해 걸었다.
이틀 동안 내린 비로 인해 산은 버섯이 좋아하는 쾌쾌함으로 가득했다.
다시 되돌아갈까 싶었지만 궁금한 마음은 발걸음을 앞으로 밀었다.
한 걸음, 한 발짝씩 옮길 때마다 기대되는 마음은
영지버섯을 볼 수 있을 거라는 믿음.
어랏~ 작년에 보았던 자리. 딱 그 자리다.
뽀얀 흰 갓을 앞세운 영지버섯을 발견하고 반가웠다.
말라서 죽을 줄 알았던 영지버섯이 그 자리에 터를 잡고
작년보다 조금 더 넓은 갓을 뽐내고 있었다.
'오잉~ 이게 웬 횡재야' 싶었다.
다시 만나게 된 기쁨이 컸다.
사진을 찍은 후 6월에 보았던 영지버섯을 보러 발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갈수록 두근거리는 마음.
봉긋 솟은 모습은 내편이 나뭇잎으로 잘 감싸준 그대로였다.
의심 없이 기대에 가득 차 나뭇잎을 걷었다.
이게 웬일.
설렘과 기대가 와르르 무너지는 실망감이 다가왔다.
누군가 똑 따갔다. 그것도 갓만 따갔다.
나뭇잎 아래는 영지버섯의 대만 남겨져 있었다.
갓만 따간 건지 아님 발로 차고 지나간 건지.
하긴 지나가는 길목에 있었으니.....
의심보다 궁금한 것은 대만 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에 사진을 찍고 다시 나뭇잎을 덮어 놓았다.
다시 자라길 바라면서.
다시 관찰할 수 있길 바라면서.
되돌아가는 길에 작년에 보았던 영지버섯을 다시 보고
나도 내편처럼 주변의 나뭇잎을 모아 덮었다.
장마로 습한 기운을 받아 잘 자라길 바라면서.
다시 볼 수 있길 바라면서.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작년에 본 영지버섯을 올해 같은 자리에서
조금 더 자란 것을 보게 된 반가움에 내편한테 사진을 전송했다.
바빴는지 한참만에 답장이 왔다.
내편도 갓 떨어진 영지버섯을 보고 아쉬워했다.
전적 연구원답게 야생에서 자라는 영지를
계속 보면서 관찰하고 싶다던 내편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심리는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발견하고 관찰하려는 설렘을 갖고
누군가는 발로 툭 차고 가기도 할 것이고
누군가는 영지버섯이 몸에 좋다는 걸 알고 똑 따갈 것이다.
내편과 나는 한마음이었다.
산을 오르내리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영지버섯이 자라는 과정을 관찰하며
마음 정화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통했다.
이젠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보이면 좋고, 안 보이면 가벼운 산바카라을 즐기는 것으로.
뒷산에 가면 좋다.
보이는 모든 것에 자유를 느낀다.
서로 어우러져 공생하는 자연.
걸을 수 있는 길을 내주어 좋다.
그 길에서 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삶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