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부부의 찰떡쿵
저녁을 먹으면서 나의 결정권을 박탈하는 내편.
"밥 먹고 맨발걷기 가야죠?"
하늘이 맑아 거절을 못 했다.
밥 먹는 중에 쏴아~
"이거 비 오는 소린가? 그쵸?"
고개를 휙 돌려 베란다 창을 보니 비가 내렸다.
조금 더 확실하게 보려고 베란다 가까이 가서 미소를 지었다.
"여보, 비가 우박같이 내려. 안 되겠네."
"안되긴 뭐가 안돼요. 땅이 말랑해져서 걷기는 더 좋죠."
아무도 말릴 수 없는 내편이닷.
"아녀~ 비가 많이 내린다니까."
"우산 있는데 뭔 걱정이에요. 그리고 지나가는 소나기라 금방 그칠 거예요."
하늘이 내편의 간절한 마음을 알았는지 비가 그쳤다.
"봐요. 비 그쳤잖아요. 밥 먹었으니 어서 나갑시다."
살짝 구름이 걷힌 하늘이 갑자기 어둑 어둑.
거짓말처럼 또 비가 내렸다.
"안돼. 비 오잖아."
"그친다니까요."
"싫어. 나는 비 오는 날 안 좋아해. 맑은 날이 좋지."
"그럼 맨발 걷기 하지 말고 우산 쓰고 산바카라해요."
나가기 싫은 마음이 청개구리가 되어 튀어나왔다.
"싫다니까. 우산 써도 바람 불면 비가 날려서 싫어. 집에서 스트레칭하면 돼."
"알았어요. 그럼 당신은 집에 있어요. 나 혼자 다녀 올게요."
내편이 나가는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마음먹으면 실행하는 내편을 말릴 수는 없었다.
쾌재를 부르며 TV를 켰다.
보면서 스트레칭을 했다. 아니 흉내 냈다.
눈은 온통 TV에 집중하고 있었으니.
얼마 후 내편이 들어왔다.
"어? 생각보다 일찍 들어오셨네."
"잘 걷고 왔어요."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씻고 나온 내편.
"여보, 맨발 걷는데 거기 있잖아요. 맨땅이라 생각한 곳이 있는데 미끄럽더라고요."
"비 오는 날에 맨땅이 어딨어. 다 질퍽하지."
"그런 것 같아요. 걷는데 미끄러워서 깜짝 놀랐어요. 당신 안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봐. 비 오는 날은 집에 있는 게 안전해. 가기 싫을 때 억지로 나가면 사고 날 수 있어."
눈을 꿈먹이며 듣던 내편은 내 말에 동조했다.
"맞아요. 앞으로 당신이 싫다고 하면 가지 말아야겠어요."
"당신도 가지 말아야지. 미끄러지면 다치잖아."
"에이~ 난 조심해서 걷기 때문에 괜찮아요."
"뭐얏? 그럼 나는 뛰면서 걸어?"
"아니, 힘이 없으면 미끄러질 수 있다는 거죠."
"나도 아직 중심 잡을 힘은 있거덩."
"앞으로 조심해야겠어요. 당신 오늘 안 나가길 참 잘했어요."
혼자 나가는 모습이 미안했는데
서운해하는 마음보다 나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내편.
예전에는 무조건 같이 나가려 했는데 요즘은 달라졌다.
강요하지 않는 내편으로 바뀌었다.
그게 좋다.
때론 따로.
때로는 같이.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