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다

은퇴 부부의 찰떡쿵

by그님

우체국에서 일을 마친 내편이 현관문의 비번을 누르는 소리 삐삐삐

현관 앞으로 나간 나는 들어오는 내편을 보며

만세를 부르듯 팔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할배. 어서 오슈."

들큰도 하지 않았다.

"할배. 어서 오시라니까."

"내가 왜 할배여. 할매."

"그려. 나 할매여."

"난 아직 손주도 없는데 왜 할배냐구요."

"할배니까 할배지."

"뭐?"

촉이 왔나 보다.


"왜? 무슨 소식 있어요?"

"당신 외할아버지 됐어. 외할아버지."

"뭐요?"

"외할배 된다니까."

"외할아버지요?"

"응. 난 외할머니 되고."

"당신 좋겠네요. 그렇게 기다리더니."

"당신은 안 좋아?"

"내가 왜 안 좋아요. 나도 좋죠."

"근데 표정이 왜 그래?"

"갑자기 할아버지 된다고 하니까 얼떨떨해서요."

"난 좋기만 하구만."

"나도 좋아요. 꿈만 같네요. 내가 할아버지라니."


사위가 나한테 먼저 전화해서 알려줬다.

곧이어 내편에게 전화 왔다.

"응. 좋은 소식 들었어. 축하해."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축하해 줘야지. 내일 밥 먹을래?"

"상큼한 거? 상큼한 거라고 말하지 말고 과일 이름을 말해 주면 좋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내편이닷.


통화를 마친 내편.

"여보, 축하를 어떻게 해줘야 하죠?"

"애들이 원하는 대로. 그냥 냅둬. 피곤할 거야."

"밥은 다음에 먹재요. 딸이 수박 좋아한다고 수박만 사달래요. 용돈도 얼마 줘야 하지 않아요?"

결정너가 된 내편이닷.

난 따르면 되는 거였다.


딸은 결혼한 지 2년이 지났다.

은근 아이를 기다렸다.

정말 선물같은 자연 임신이다.

나도 이제 할머니다.

내편은 할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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