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부부의 찰떡쿵
어깨 아래까지 내려진 머리카락.
고무줄로 묶으니 등 뒤에 매달린 양 걸리적거렸다.
아래로 길게 내려가지 않게 끝부분을 올려 묶었다.
시원했다.
여름이면 머리를 질끈 묶어야 시원하다.
미용실에 가는 게 귀찮아 머리카락을 묶고 아랫부분을 올려 한 번 더 묶었다.
나의 게으름은 미용실 가는 것조차 미룬다.
"여보, 머리를 그렇게 하니까 뭐 같아요."
"뭐? 똥?'
"에이~ 고상하게 생긴 사람이 그런 말을 쉽게 하면 어떡해요."
"나? 안 고상해. 고상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당신뿐이야."
"내가 그렇게 보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볼 거예요."
"상관없어. 나는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좋아. 괜히 교양 있는 척하다가 들통나면 창피하잖아."
"들통 날 게 뭐 있어요. 보이는 대로 말하면 되죠."
"고뤠~ 당신만 그렇게 보는 거야. 이거 똥 같아? 똥?"
청개구리 납셨다.
"아니이~ 뭐 그렇다는 거예요."
"왜? 할머니처럼 보여?"
대답 대신 껄껄 웃는 내편이닷.
"옛날 할머니들 쪽 찐 머리가 이렇잖아."
"요즘 사람들은 이런 머리하지 않잖아요?"
"하는데. 나 봐봐. 나 했잖아. 이상해?"
"아뇨. 이상한 건 아니고요. 이런 머리 말고 좀 예쁘게 해봐요."
결국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내편이닷.
문제는 내 마음이다.
내편이 무슨 말을 하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긴 머리에 짜증이 났었는데 내편의 말에 미용실 출동 계획을 하는 나.
게으름을 내려놓고 어느새 미용실로 총총총.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파마하시게?"
"아뇨. 머리카락이 많이 길어서 조금 자르려고요."
딱 여기까지만 말했어야 했다.
"샤워할 때 머리카락이 어깨 아래로 내려가니까 답답해요."
말해 버렸다.
과감하게 싹둑싹둑.
가위질이 사각사각.
그. 래. 도. 젖은 머리가 아니면 어깨에 살짝 닿게 잘랐어야 하는데
어깨에서 멀어진 머리카락은
단발머리 소녀가 아니라 단발머리 할머니가 되었다.
허걱~ 이게 아닌데.
늦었다.
잘려 나간 머리카락을 붙여 내라고 할 수도 없고.
몇 달 동안 애써 길러야겠다고 다짐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역시 즉흥적 행동과 말은 후회를 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리 어떤 스타일로 자를지
얼마만큼 자를지
계획한 후 미용실에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