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짧은 머리를 어째

은퇴 부부의 찰떡쿵

by그님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짧은 머리를~♬

듀엣 가수 한마음의 가사가 떠오르는 아침이다.

미용실에서 뒷머리가 묶일 만큼 잘라 달라고 했는데

싹독싹독 소리가 독이 되었다.


뒷머리를 간신히 잡아 묶어야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옆머리가 삐질삐질 삐져나왔다.

귀에 걸어도 앞으로 나오는 머리카락.

얼굴에 닿으면 거추장스럽고 가려워서 싫은데.

딱 그 정도닷.


"여보, 미용실 주인이 머리를 너무 짧게 잘라놨어. 짜증 나."

"왜요? 귀엽구먼."

"귀엽긴 뭐가 귀여워. 머리 자른 것도 몰랐으면서."

전날 둘이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어도 변화를 모르는 내편.

그냥 잤다.


아침에 답답한 마음이 들어 먼저 말했다.

괜히 내편에게 심통 부리는 나였다.

"미안해요. 시원하게 잘 잘랐어요."

"안 시원해. 머리카락이 새 꼬랑지처럼 나오고 얼굴에 닿아서 불편해."

"어구~ 그래요? 어떡해요. 붙일 수도 없고."


"이거 기르려면 여름 다 지나갈 거야."

"뒷머리는 묶었네요."

"뒤도 간신히 묶이잖아. 당신이 머리가 이상하게 보인다고 해서 미용실 갔더니 이렇게 짧게 잘라놨어. 에이~ 앞으로. 당신 내 머리가지고 아무 말도 하지 마셔. 알았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내편에게.

알면서 한마디 쏘아붙였다.


내편의 말은 알게 모르게 나에게 영향을 준다.

나를 바라보는 거울이란 생각 때문.

매일같이 바라보는 내편이라 한마디 말에 마음이 흔들리곤 한다.

단정한 내편이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실은 나도 미용실에 다녀올까 생각하던 중이었다.

꼭 잔소리를 듣고 나서 가는 건 무슨 심보인지.

내 잘못이다.

지난달 갈까 말까 망설였던 게 후회되었다.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인 걸~♬

갑자기 윤수일 님의 노래가 떠올라 배시시 웃어본다.

올 여름은 머리카락을 귀에 거느라 덥겠다.

얼굴로 내려와 한번씩 가렵게 만들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내 발등을 찍겠지 싶다.


게으름을 이기고 생각날 때 미용실 가자.

잔소리를 듣기 전에 실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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