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영지버섯 발견

은퇴 부부의 찰떡쿵

by그님

참 희한하지.

영지버섯을 연구하고 논문까지 쓴 사람은 분명 내편인데

산에 가서 영지버섯을 발견하는 것은 나다.


겨우내 산에 발도 들여놓지 않았는데

여름이라 덥다고 그늘로 가자는 내편을 따라 뒷산에 올랐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데 내 눈앞에 똭.

"여보, 저거 영지 아냐? 영지?"

뒤늦게 발견한 내편.


"어, 맞아요. 영지버섯이에요."

"와~ 신기해. 이번에도 내가 먼저 봤네."

"신통하네~ 여기서 나오다니..."

"근데 뾰족하니 위로만 솟았어."

"산소가 부족해야 갓이 형성되는데 이렇게 해를 보면 위로 뾰족하게 자라요."


이야기를 들으며 핸드폰을 들이대는 나.

"그려? 어쩐지 영지인지 아닌지 살짝 헷갈렸어. 색감은 맞는데 뾰족하게 솟아서. 사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려야지."

"이렇게 햇빛을 보면 안 되는데..."

풀숲으로 들어간 내편은 마른 나뭇잎과 솔가지를 양손 가득 들고 왔다.


"왜? 뭐 하려고?"

"관찰하려고요. 눈에 보이면 이거 누군가 따갈 거예요."

"따 가도 할 수 없지 뭐."

내 말을 듣는 건지 마는 건지 상관 없었다.


"더 많이 덮어 놔야겠어요."

부지런히 나뭇잎을 올리고 쌓는 내편이닷.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도 올려 놓았다.


"이렇게 해야 나뭇잎이 날아가지 않아요."

"누가 벌써 봤을 거야. 그냥 놔줘. 누구라도 따 가게."

내 말은 메아리로 돌아올 뿐 내편의 움직임은 바빴다.

덮고 또 덮어 숨 막힐 것 같다.


"왜 그렇게 두껍게 덮어? 답답하겠네."

"이렇게 해야 습한 기운에 갓이 넓적하게 자라요. 그리고 사람들이 따 가지 못하게 하려고요. 얼마나 자라는지 보고 싶어요."

쨍~ 한 햇빛을 보던 영지버섯은 두터운 나뭇잎을 덮었다.

덕분에 습해질 것 같았다.


손을 탁탁 터는 내편.

"저거 누군가 봤을 텐데~ 걷어내고 가져갈 수도 있어."

"그럼 할 수 없고요. 저렇게 덮어 놔서 아무도 모를 거예요. 어딘지 찾지도 못할 거고요."

"나는 아는데."

"아잇~ 내가 와서 들출 때까지 모른 척해요. 곧 장마 오면 잘 자랄 거예요."


실은 나도 잘 자란 영지버섯이 궁금하다.

다음에 산에 가면 또 보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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