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 라면 싫은데

은퇴 부부의 찰떡쿵

by그님

모처럼 점심에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냄비와 포트에 물을 끓이는 내편.

라면을 넣고 삶은 다음 물을 버렸다.

포트에 있는 물을 다시 냄이에 넣고 라면과 함께 보글보글~


"야~ 당신한테 딱 맞게 끓여지고 있어요."

"또 퉁퉁 불리는 거 아녀?"

"아니에요. 기다려 봐요. 당신 것은 꼬들꼬들하게 만들어 줄게요."

꼬들 라면을 좋아하는 나와 달리 팅팅 불어 늘어진 라면을 좋아하는 내편.

기대하며 기다렸다.


"여보, 어서 식탁에 앉아요. 내가 맛있게 끓였어요."

"불은 거 아니지?"

"불긴 왜 불어요. 당신 드시기 아주 딱이에요. 딱. 늦게 앉으면 불으니께 어서 앉아서 먹읍시다."


"뭐야? 딱 봐도 불었는데. 짤 것 같구만."

"안 짜요. 들어 봐요."

짜진 않다. 눈에 보이는 만큼 불었다.


"이 정도면 불은 거지. 늘어지네."

"아잇~ 조금 더 익어서 그래요. 어서 들어요."

"뜨거워. 난 뜨거운 거 못 먹잖아."

"더 놔두면 진짜 불어요. 거기 야채랑 맛있게 들어요."

"............."


라면에 계란 들어간 것도 싫고

양파, 당근, 팽이도 들어가 있어 싫다.

들쩍지근해서 더 안 좋다.

국물 없이 면만 준 것은 마음에 든다.


더 불기 전에 입김으로 호호 불어 한 입 호로록.

부드러워도 너무 부드러워 씹지 않고 넘겨도 될 정도였다.

젓가락으로 라면을 집어 뜨거운 김을 날리는 동안

힘 떨어지 듯 늘어지는 라면.


맛없다.

젓가락을 놓고 싶었지만 라면 끓인 성의를 봐서 꿀꺽 삼켰다.

라면만 삼키고 젓가락을 놓았다.


"거 거 야채는 왜 남겨요? 애들도 아니고."

"난 야채 싫어."

"아이나 싫어하지. 어른이 안 먹으면 어떡해요. 어서 들구려."

대답하지 않았다.


"어서 들구려. 골고루 영양분을 섭취해야죠."

"..............."

"거. 왜 안 먹어요?"

숟가락을 그릇에 얹는 내편.


"안 먹을 건데 숟가락은 왜 줘?"

"안 먹긴 왜 안 먹어요. 먹으라고 준 거니까 들어요."

마음으로 한숨을 쉬며 숟가락으로 긁어먹어 버렸다.


"잘 했어요. 남기는 거 아니에요."

마치 아이 달래서 먹이듯 만족한 웃음을 짓는 내편이닷.

내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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