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부부의 날처럼

은퇴 부부의 찰떡쿵

by그님

예순이 넘어 뭔 날을 기억하는 것은 이제 관심 가지 않는다.

오죽하면 결혼기념일도 까먹었을까

모르고 지나가도 서운하지 않다.

나이 들어 너그러워진 걸까.

너그러움이 아니라 귀차니즘이란 생각이 든다.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면 부부의 날을 몰랐을 것이다.

누가 만들었는지 잘 모르지만

젊은 날엔 이런 날이 있어야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내 입장에서는 특히.

뭔 날은 항상 아내가 유리한 쪽으로 기울기 때문.


어제 비가 내려 막걸리와 파전 타령을 했던 내편.

파김치 보며 고기 구워 먹어도 좋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내편의 말을 귀담아들은 나.

장 볼 때 목살 한 근을 사서 냉장고에 넣었다.


2시부터 4시까지 줌 강의를 듣게 된 나.

우체국에서 일을 마치고 들어온 내편은 나를 위해 저녁 준비를~

고기 굽는 냄새가 났다.


줌 강의를 마치고 일어서며 문득 생각나서 물었다.

"여보,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오늘? 부부의 날요. 나도 다 알고 있죠."

"근데 뭐 없어?"

"왜 없어요. 있죠. 당신한테 금일봉 드리려고 준비해 왔죠."


뜬금없는 금일봉에 깜짝 놀랐다.

농담이라 생각했다.

진짜 봉투를 내미는 내편.

"여깄어요. 내 다 드리리다. 현금이에요."


촉이 왔다.

예금 이자 받는다고 어제 이야기 나누었던 게 생각났다.

"은행 다녀오셨구먼~"

"내 당신을 위해 이렇게 준비했잖소. 어때? 이만하면 만족하죠?"

"아니, 이건 당연히 나한테 주는 돈이잖아."

"당연히가 어딨어요. 반띵 안 한 게 어딘데요."

"이거 받아봤자 나한테 안 쓰거든. 당신한테 쓰고 생활비로 쓰는 거지."

"그래도 보너스잖아요. 다 당신 쓰구려."

때마침 나온 은행 이자로 생색내는 내편이닷.


"이거 말고 또 없어? 부부의 날이라는데."

"당신 위해서 고기 굽고 있잖아요. 맛있게 들구려. 그리고 우리는 매일이 부부의 날인데 무슨 의미가 있어요."

"고기는 내가 샀는데."

"그러니까 우린 참 잘 맞아요. 당신이 사고 나는 굽고요."


더 말해 뭐해~

받아치는 말솜씨가 많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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