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부부의 찰떡쿵
가물어서 봄을 즐기기에 좋았다.
가뭄에 모처럼 단비가 내렸다.
지나가는 비가 아니라 대차게 내리는 비.
한두 번은 꼭 내려야 할 반가운 비였다.
"여보, 비 내리니까 막걸리 생각나네요. 이런 땐 전이랑 먹으면 딱인데."
"술고래도 아니면서 술타령이야?"
"아니이~ 이런 날은 파전에 막걸리를 마셔줘야 분위기 살잖아요."
"안 마셔도 분위기 괜찮아."
김빠지는 말을 해도 포기할 줄 모르는 내편.
"여보, 당신 파전 좋아해요?"
"좋지."
"오늘 저녁에 우리 외식할까요? 당신이 간다고 하면 당신과 가고, 안 간다고 하면 친구들 만날까 하는데요."
"어디 갈 건데?"
"명성 칼국숫집에 파전도 하잖아요."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었다.
"됐어. 기름 듬뿍 들어간 느끼한 파전이잖아. 그게 기름 전 이지 파전이야?"
"그래요? 그래도 맛있더구먼. 당신은 안 좋아요?"
"응, 안 좋아. 친구들이랑 가든지 말든지."
나 대신 친구들과 만날 기회를 주었다.
비 맞으면서 음식점에 가고 오는 것이 싫었다.
센스 빵점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나의 속내는 그 시간에 막걸리와 파전이 아니라
바카라을 읽든지 블로그에 글을 쓰고 싶었다.
일언지하에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낸 것이다.
혹시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지 않을까 싶어
핸드폰 문자를 확인했지만 감감무소식.
봉사를 마치고 내편은 집으로 들어왔다.
"당신 친구들 만난다고 하지 않았어?"
"전화했는데요. 어제 술 마셔서 오늘은 술 생각이 없대요. 짤렸어요."
"아쉬웠겠네. 잘 짤렸어. 비 오는데 날궂이하지 말라는 뜻이여."
"잘 됐어요. 당신이랑 오붓하게 저녁 먹게 됐잖아요."
말은 잘 됐다고 하면서 못내 아쉬운 표정이다.
파전없이 식사하면서 컵에 있는 물을 마시는 내편.
느낌이 이상하다.
"당신 그게 뭐야? 술이지?"
"아니에요. 물이에요. 물."
"어디 줘봐. 냄새 맡아 보게."
식탁에 놓은 컵을 주방으로 치우는 내편이닷.
몰래 혼술에 더 이상 묻지 않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