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부부의 찰떡쿵
어스름해도 창문에 매달린 빛이 나를 깨운다.
잠이 깼으니 일어나는 걸로.
잠옷을 벗어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살그머니 문 열고 나왔다.
주방에서 달걀찜을 접시에 담는 내편.
짝짝짝 짝짝짝 박수를 쳤더니 깜짝 놀라 움찔했다.
"아니, 어쩐 일로 일찍 일어나셨댜~"
"나도 몰라. 그냥 깼어."
"비가 와서 더 주무시게 놔두려고 했는데 나오셨네. 해가 안 떠서 다행이에요. 하마터면 서쪽에서 뜰 뻔했는데."
"요즘 해가 길어져서 그런지 저절로 눈이 떠지네."
능청스럽게 농담을 잘하는 내편이 되었다.
"당신 늦잠 잘까 봐 달걀찜 한 번 더 데웠는데. 어서 앉구려."
"당신이 어제 잠들기 전에 그랬잖아. 7시에 아침 먹고 50분까지 탁구장 간다고."
"그거야. 내가 가는 거지. 당신이 가는 건 아니잖아요. 미안하네요. 나 혼자 먹고 조용히 가려고 했는데....."
나를 위한 배려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바로 청개구리가 되어 어거지 한마디 보태는 나.
"그래서? 나 안 반가워?"
"아뇨~ 엄청 반갑죠. 같이 아침 먹을 건데요."
"나도 당신 반가워."
우린 웃으며 식탁에 마주 앉아 달걀찜을 먹었다.
일찍 일어난 나를 봐서 그런지 기분이 업된 내편.
"올해는 탁구도 기타도 다 잘 될 것 같아요. 기타는 탁구만큼 늘지 않지만요."
"잘 하고 있어. 기타도 탁구 연습하듯 하면 돼."
"탁구는 재미있는데 기타는 늘지 않으니 안 치게 돼요."
"내가 그랬잖아. 한 곡만 계속 반복하라고. 그러면 는다고."
한 곡만 반복해서 연습하라고 할 때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내편.
아니 똑같은 곡을 반복한다는 걸 지루하게 느꼈을 내편.
"여보, 당신은 탁구가 재미있다고 하면서 매일 오전 시간 내내 연습하고 게임하잖아. 그래서 실력이 는 거야. 그러니까 기타도 탁구 치듯 똑같이 시간을 투자해서 연습해 봐. 그럼 기타도 잘 치게 되지."
눈을 꿈먹이며 머리로 계산했나 보다.
"아구~ 그러네요. 내가 탁구 치는 것만큼 기타 연습 안 하긴 했죠."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탁구는 동적이라 움직이니까 더 재미있는데 기타는 가만히 앉아서 손가락만 튕기니 재미없게 느껴진 걸 테고."
"생각해 보니까 그래요."
그렇다고 인정하니 우쭐해진 나.
"탁구는 지금처럼만 하고, 집에서 기타 연습만 해. 한 곡만 반복해서. 그것은 기타를 잘 치는 길일 수 있어. 연습 대충 하고 잘 치길 바라면 안 되지. 내가 옆에서 볼 땐 연습 부족이야. 바카라 읽는 시간 줄이고 기타 치세요."
"에이~ 바카라은 바카라이죠. 바카라 읽는 시간까지 기타 치면 어떡해요."
"기타 잘 치고 싶다매. 그럼 노력해야지."
"알았어요. 기타 연습 먼저 집중해서 하고 바카라도 읽을게요."
바카라벌레 내편.
내가 볼 땐 기타 연습량보다 바카라 보는 시간이 더 길다.
문제는 아르페지오.
하나씩 띵띵 자유롭게 뜯고 싶다고 했다.
사람은 배우고 나면 반복과 연습 없이 진도 나가길 바라는 건 아닌가 싶다.
기타 동호회에서 열심히 배우고 와도 손에서 놓으면 안 되는데
짧게는 5분, 길게 연습해도 한 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걸 고분고분 또 인정하는 내편이닷.
은퇴했으니 탁구와 기타를 배우며 잘 놀기를 열망하는 내편.
충분히 잘 놀고 있다고 하니 입가에 미소 만발이다.
가끔 아주 가끔은 기타 연습하라고 잔소리하지만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잔소리를 줄이고 있다.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내편이라서.
한 곡을 반복해서 듣게 되더라도 투덜대지 않고 들어야겠다.
내편을 위해서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