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 이가 되어버린

은퇴 부부의 찰떡쿵

by그님

컴퓨터 앞에 앉아 블로그에 들어간 나.

퐁당 빠졌다.


내 주변을 왔다 갔다 하는 내편.

"여보, 계속할 거예요?"

"왜? 몇 신데?"

"9시 반인데 나 피곤하네요. 나 먼저 잘까요?"

"아니, 나도 잘 거야. 나도 오늘 피곤해."

"그럼 어서 끄고 자요."


내편 먼저 자고 나중에 내가 불 끄고 자는 건 싫다.

급하게 시스템 종료를 누르고 컴퓨터에서 냉큼 일어났다.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우니 불빛이 들어오는 유리창.

다시 일어나 커튼을 치자니 귀찮다.

"어? 커튼을 반만 쳤네."

이렇게 말하면 내편이 커튼을 친다.


"밤이라 깜깜해서 그냥 자도 돼요."

"그래? 알았어. 그냥 자지 뭘~"

낄낄낄 웃는 내편은 당연하게 커튼을 치며

"순 배짱이에요. 이 배짱."

"배짱? 맞아. 당신이 커튼 칠 텐데 뭘~"


"당신이 커튼 칠 수 있잖아요. 내가 해줄 줄 알고 그냥 누워 있는 거죠?"

"당연하지. 일어나기 귀찮잖아. 당신은 아직 눕지 않았으니까 커튼 쳐줘야지."

어이가 없는지 한마디 보태는 내편.


"그걸 뭐라고 하는 줄 알아요?"

"뭔데?"

"어거지지 뭐예요. 배짱을 넘어 어거지."

"상관없어. 당신은 항상 나 보호해 주잖아."

당연한 듯 인사를 한다.


"잘 자구료. 내일 아침에 봐요."

"나 보고 싶어?"

"그럼 안 보고 싶어요? 매일 봐도 보고 싶구먼."

"바보네. 당신은 바보야."

"그래요. 나 바보예요. 잘 자구려."

말하고 문 닫는 내편.


"여보~"

문 열고 대답한다.

"으응~"

"사랑해."

"알고 있어요."

"당신은?"

"나도 사랑하죠."

"알았어. 잘 자."

"그래요. 잘 주무시구려."


내가 먼저 침대에 눕는 것을 보고 나서 문 닫고 가는 내편.

밤새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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