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호랑이 지비츠

은퇴 부부의 찰떡쿵

by그님

내편은 꼭 뒤늦게 말해서 일을 두 번 한다.

지비츠에 마음이 꽂혀 작년에 인터넷에서 주문했다.


내 것만 사는 게 마음에 걸려 물었다.

"여보, 난 꽃이 좋아. 꽃 지비츠 살 거야. 당신은 뭐가 좋아?"

지비츠가 뭔지 몰랐던 내편.


"크록스에 붙이는 거야. 남들 붙인 거 보면 예쁘더라구~"

"거, 깔끔하게 신지 뭐 하러 지저분하게 그런 거 붙이고 다녀요."

내편다운 대답이었다.


"보기 좋잖아. 기분도 좋고."

"당신 거나 사요. 난 괜찮으니께."

"당신 것도 사줄게. 뭐가 좋아?"

예의상 한 번 더 물었다.


"난 깔끔하고 심플한 게 좋아요. 당신 것만 좋은 거로 사구려."

사지 말라고 하지 않은 것만도 내사랑이닷.

검색해서 보랏빛 꽃으로 주문했었다.

지금도 크록스에 달린 꽃을 볼 때마다 행복한 웃음이 배시시~


그렇게 일 년이 지난 시점.

이제야 내편의 눈에 지비츠가 보였나 보다.

"여보, 그 꽃 예쁘네요. 올망졸망 작은 게 귀여워요. 나는 밋밋한데."

"그치? 이쁘지?"

"남자건 없나? 내 건 민둥산 같아서 나도 하나 달면 좋겠어요."

"엉? 작년에 사준다고 하니까 안 산다고 하더니?"

"아니, 당신 거 자꾸 보니께 이뻐 보여요. 호랑이 없나? 난 호랑이가 좋은데."

"호랑이? 있겠지. 한번 알아볼게."

"아니에요. 그냥 해본 말이예요."

또 꼬랑지를 내리는 내편이닷.


그러거나 말거나 바로 인터넷 검색을 했다.

이거 살까 저거 살까 망설일 필요 없이 호랑이 지비츠를 보고

내편 아닌 내 마음에 드는 호랑이 지비츠를 주문.


이틀 후 배송되어 내편의 크록스에 끼웠다.

흐뭇한 미소가 귀에 걸렸다.


우체국 봉사를 마치고 온 내편.

도서관 봉사하는 중에 문자가 왔다.

지비츠 단 내편의 크록스 한 짝과 내 크록스 한 짝으로 한 켤레.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편이닷.


밤 9시가 넘어 집에 오니 반갑게 맞아주는 내편.

"여보, 호랭이 맘에 들어? 호랭이?"

"당연히 마음에 들죠. 당신이 골라 주문한 건데요. 고맙소."

"무서운 호랭이로 살 걸 그랬나?"

"아뇨. 잘 했어요. 난 당신이 사준만 것만 해도 마음에 쏙 들어요."

립 서비스가 많이 늘었다.

아니 내편은 진심이다.


"당신한테 뭔 말을 못 하겠어요. 한마디 했더니 어느새 주문했댜~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기분 나쁘다구?"

"기분이 왜 나빠요. 엄청 좋죠. 당신이랑 세트 같아서 더 좋아요."

"그러게. 사준다고 할 때 왜 빼? 빼기를."

"난 깔끔한 게 좋은데 자꾸 보니께 이뻐 보여서 한마디 했더니... 당신 참 빨라요. 고마워요. 내가 한 말 흘려듣지 않고 이렇게 사주니 난 행복한 사람이에요."

"사람이 말야~ 솔직해야지. 맨날 괜찮다고 하고 말이야~"

잘난 척 으쓱하고 있는데 내편이 물었다.


"근데 저거 얼마주고 샀어요?"

"저거? 얼마 안 해. 9,000원."

눈을 동전만큼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내편.

"뭐 뭣? 그렇게나 비싸요?"

"아니야~ 8,900원이야. 비싼 것도 아니고. 다 그렇게 해."


나의 다독임에 내편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좋은 기분을 돈으로 인해 기분 상하기 싫은 모양이닷.

이젠 어느 정도 올라간 물가에 대해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절약이 습관처럼 몸에 밴 내편.

나의 저지름병이 아니면 남의 신발을 보고 항상 부러워했을 것이다.

그런 내편의 마음을 알기에 난 가끔 지름신으로 저지르고 본다.

늘 잘했다고 말하는 내편.

대신 지름 하는 나를 보며 대리 만족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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