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부부의 찰떡쿵
옷 정리를 하는데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몇 번 안 입은 반팔 티셔츠가 보인다.
왜 안 입었는지 확인할 겸 아까워서 옷을 입어 봤다.
머리에 걸쳐 내려가지 않는다.
아래로 잡아당겨 양 팔을 꼈다.
목을 조이듯 달라붙은 티셔츠.
그제야 왜 안 입었는지 이해가 됐다.
더운 여름에 입기 불편한 옷이었다.
여름 티셔츠는 목 주변이 널찍해야 하는데 목을 조이고 있다.
망설임 없이 한쪽에 내려놨다.
쌓인 옷가지 틈에서 다시 보이는 분홍 티셔츠.
좋아하는 분홍색이라 한참을 쏘아 봤다.
버려? 말어?
갈등 속에 번쩍이는 생각.
버릴 바엔 가위로 목둘레를 자르는 걸로......
조심조심 잘랐다.
옷을 입었다.
머리에서 쑥 내려왔다.
목둘레의 답답함이 사라졌다.
배시시 웃음이 났다.
"여보, 이거 어때?"
내편에게 보였다.
"뭐가 어때요? 괜찮구만."
"아니이~ 여기 목둘레 잘라냈어."
"엉? 그거 올 풀리면 어떻게 입으려고."
"안 풀려. 예전에 이런 옷 파는 거 봤어. 안 풀리더라구."
"그런 옷도 팔아요?"
내편 상식에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옷이다.
"이거 목이 답답해서 그동안 못 입었거든. 버리려다 가위로 잘랐더니 입을만해. 너무 좋아."
"알뜰해요. 당신."
옷이 망가질까 두려워 자르지도 못하고 입었다 바로 벗어던졌던 티셔츠.
시험 삼아 잘랐더니 입고 벗기 편한 옷이 되었다.
때론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