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상 염색

은퇴 부부의 찰떡쿵

by그님

기대했는데 반응이 없다.

어젯밤 내편이 헬스장 갔을 때 염색했는데 그냥 잤다.

아침에 일어나 마주 보고 아침을 먹으면서도 모른다.

관심이 없는 걸까?

권태기인가?

오만가지 생각이 나를 헷갈리게 하였다.

나를 바라볼 때마다 한 번씩 잔소리를 했던 내편.

하다 하다 지친 걸까?

염색해도 못 알아보는 내편.

나중에 한바탕 해부치려 마음을 내려 놓았다.

아침을 먹은 후 바로 더치커피에 우유를 부어 전자레인지에 데웠다.

잔을 들고 식탁에 다시 앉는 순간

"어구~ 어쩐 일이여~ 염색하라고 해도 안 하더구먼."

"엉? 알았어? 이제 봤어?"

서운함이 녹았다.

"뭔 일 있어요?"

"뭔 일? 있지. 오늘 태주 옵빠 북토크 가거든."

"그래서 염색 하셨구만~"

"며칠 고민했어. 할까 말까 하다가 그냥 했어."

"나태주 시인님 북토크 한 달에 한 번 하시라고 해야겠네요. 당신 염색하게요."

"그럼 안 하지. 모처럼 가까이에서 하시니까 흰머리보다 검은 머리가 예의상 보기 좋을 것 같아서 했어. 시인님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면 안 되잖아."

"당연하죠. 훨씬 젊어졌어요. 할매였는데."

"나 할매 맞아. 염색하는 게 얼마나 귀찮은데. 눈에도 안 좋고."

"당신, 오늘 아주 맘에 들어요. 내가 점심 맛있는 거 사리다."

"오늘 점심은 당연히 당신이 사는 거였잖아. 뭘 새삼스럽게 그래. 염색했다고 사는 것도 아니면서."

"그게 그거죠. 아무려면 어때요."

내편이 좋아해서 나도 좋다.

관심이 없는 것도 권태기도 아니었다.

내편의 관심 대상은 항상 나라는 걸 알았다.

오후 2시에 조이천사님 댁 다락방에서 나태주 시인님을 모시고 북토크하였다.

작년 풀꽃 문학관에서 뵈었는데 다시 뵙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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