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부부의 찰떡쿵
한 주 전 마음이 꿀꿀하여 옷장 속의 옷을 한 보따리 정리했다.
약간 후련한 느낌.
마음 정리하려면 옷을 정리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더 버릴 것이 없다 생각했는데
"여보, 옷장의 옷을 한 번 더 정리했으면 좋겠어요."
"다 정리했어. 이젠 버릴 거 없어."
"아니에요. 다시 한번 더 봐요. 아직도 버릴게 많아요."
퇴직하더니 집안일에 관심을 갖는 내편.
주방과 청소를 섭렵하더니 세탁까지.
이젠 옷장까지 참견이닷.
"됐어. 입을 것만 남았어."
"아니라니까요. 한 번 더 봐봐요. 또 있을 거예요."
"당신이 봐. 없어."
"이번에 한 번 더 정리하면 내가 맛있는 거 살게요."
"안 먹어도 돼."
"봐요. 꼭. 알았죠?"
짧은 대답에 버릴 것을 강조하는 내편이다.
조용한 집안.
말을 들으면 마음에서 걸리적거린다.
큰맘 먹고 옷장을 열었다.
스트라이프 셔츠가 보인다.
이제 입을 일이 없을 것 같아 꺼냈다.
체크무늬 반바지를 꺼냈다.
재작년 똥꼬에 낀 것 같다고 해서 깊이 처박아 둔 바지.
겨울 체크 바지와 청바지와 면바지를 입어보니.....
미련 둘 필요가 없었다.
목이 누렇게 된 내편의 와이셔츠.
샤방샤방 스커트 석 장도 내려놓았다.
레이스 가디건은 딱 한 번 입었었는데 어깨가 누렇게 변했다.
생일에 샀던 레이스 원피스도 사놓고 구경만 했다.
입고 싶어 샀는데 튀는 옷을 못 입는 성격 탓에 그만 전시물이 되었다.
결혼할 때 맞춘 빨간 두루마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한복도 꺼냈다.
꺼낸 옷들이 쓰러지려 한다.
옆에 다시 쌓아 올렸다. 또 옆에도.
이번엔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은 옷이 없다.
버려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내편이 들어왔다.
쌓아 놓은 옷을 보더니 급 화색이 돈다.
"아이구~ 당신 오늘도 옷 정리했네요. 잘 했어요. 마음에 쏙 들어요."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내편이라서
비우는 것은 더 좋아한다.
앞으로는 채우지 말라고 할 것 같다.
말하기 전에 나도 이젠 그만 채우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