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를 자연스럽게 세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기대가 생길 수 있습니다.
"노래가 시작되는 곳이 곧 첫 박일 것이다."
"보컬이 처음 나오는 순간이 1 일 것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실제로 첫 박 위에 보컬이나 멜로디가 들어오는 경우가 꽤 있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1 2 3 4 를 세면서 노래의 시작을 찾는 방식이 꽤 잘 맞아요.
하지만 모든 노래가 그렇게 시작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노래는 보컬이 첫 박보다 살짝 먼저 나옵니다.
분명 노래는 이미 시작된 것 같은데, 막상 반주나 코드가 안정되는 자리는 그 뒤에 오는 경우가 있어요.
처음에는 이게 꽤 헷갈립니다.
“어? 노래가 여기서 시작했으니까 여기가 1 아닌가?”
“그런데 왜 세다 보면 뒤가 계속 밀리지?”
“내가 박을 잘못 잡은 건가?”
이럴 때는 보컬이 틀어진 것도 아니고, 듣는 사람이 박을 못 찾은 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 멜로디가 첫 박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첫 박을 향해 먼저 걸어 들어오고 있는 것일 수 있어요.
간단한 그림으로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보통 우리는 1 에서 노래가 시작된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어떤 노래는 이전마디 4또는 4n(8분음표) 에
멜로디나 보컬이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이 경우에는 본격적인 음악이 시작되기 전에 보컬이 먼저 나오고 그 이후 따라오는 1 에서 전체 음악이 시작되게 됩니다.
이를 가르켜 못갖춘마디 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Pickup, 조금 더 이론적인 말로는 Anacrusis라고도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처음 들리는 소리”와 “마디가 시작되는 자리”를 구분하는 일입니다.
노래가 먼저 들렸다고 해서, 그 자리가 반드시 첫 박은 아닙니다. 멜로디가 먼저 말을 꺼낼 수 있고, 마디는 그 다음에 시작될 수 있어요.
우리가 어떤 문장을 말할 때도, 중요한 단어 앞에 짧게 숨을 들이쉬거나 가볍게 말을 걸고 들어갈 때가 있습니다. 음악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깁니다. 멜로디가 먼저 몸을 움직이고, 그 다음 첫 박에 도착하는 것이지요.
지난번 글에서처럼 모든 내용을 다 아시거나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노래가 먼저 나왔구나.”
“그런데 진짜 1 은 그 다음에 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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