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장이 강한 사람과 만날 때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

by최환규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자기주장이 유독 강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런 사람들과 대화하고 나면 왠지 모르게 지치고,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지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분명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왜 그 사람과의 대화는 즐겁기보다 피하고 싶은 숙제처럼 느껴질까?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과의 대화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유는 단순히 목소리가 크거나 성격이 드세서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대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구의 결핍 그리고 소통의 비대칭성이 자리 잡고 있다.


대화의 균형이 깨질 때 오는 본능적인 거부감


대화(對話)의 한자를 풀어보면 ‘마주할 대’에 ‘말할 화’를 쓴다. 즉, 대화는 혼자 하는 독백이 아니라 두 사람 이상이 마주 서서 말과 마음을 주고받는 행위다. 탁구 경기를 할 때 공이 왔다 갔다 해야 경기가 이어지듯 대화 역시 주고받는 리듬이 생명이다.


하지만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이 리듬이 쉽게 깨진다.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은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 놓지 않는다. 내 의견을 말하려고 하면 말을 자르고 들어오거나, “그게 아니라…”, “내 말 좀 들어봐”라며 흐름을 자신 쪽으로 꺾어버린다. 이때 대화 상대가 느끼는 첫 번째 불편함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라는 생각에서 온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와 생각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내 말이 가로막히는 순간 내 생각과 경험은 가치 없는 것으로 취급당하는 생각이 든다.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훈계나 강요를 듣고 있는 듯한 생각에 화가 나거나 속상한 기분이 들면서 마음의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일방적인 대화는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원인이 된다. 평등한 대화는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활력을 주지만,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내야 하는 대화는 감정을 소모하게 만든다. 상대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긴장해야 하거나 혹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내 생각을 억누르는 과정에서 엄청난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의 흔한 특징 중 하나는 세상의 많은 일을 ‘맞고 틀림’의 기준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 대부분은 정답이 없는 영역이다. 어떤 영화가 재미있는지, 주말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은지,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같은 대화는 각자의 취향과 가치관의 영역이다.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은 자신의 기준을 정답으로 확신하고, 상대의 의견을 ‘틀린 것’, ‘교정해야 할 것’으로 바라본다.


“네 생각은 좀 잘못된 것 같아. 실제로는 이렇거든.”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내 말대로 해봐.”


이런 독단적인 태도는 대화 상대를 끊임없이 검증대 위에 올려놓는 효과를 낳는다. 서로 평안함을 느껴야 할 소통의 공간이 졸지에 ‘누가 옳은지’를 겨루는 시험장이나 재판장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과 말하는 대화 상대는 매 순간 자신의 의견을 증명하고 방어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편안하게 내 마음을 털어놓았다가 비판받거나 설득당할까 봐 극도의 경계심을 갖게 된다. 결국 “그냥 네 말이 다 맞아”라며 대화를 포기하게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상대는 심한 무력감과 함께 대화 자체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


인간관계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들


이처럼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점철된 소통 방식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망가뜨린다. 그 영향은 크게 세 가지 단계로 나타난다.

첫째, 정서적 거리 두기와 소외이다. 불편한 대화가 반복되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가장 먼저 일어나는 변화는 ‘말을 아끼는 것’이다. 깊은 속마음이나 진솔한 고민은 꺼내놓지 않고, 날씨나 연예계 소식 같은 지극히 표면적인 이야기만 나누게 된다. 겉으로는 대화가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이미 깊은 거리감이 생겨난 상태다. 진정한 정서적 교류가 끊어진 관계는 껍데기만 남게 되는 것이다.

둘째, 관계의 비대칭성 고착이다.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 주변에는 결국 두 부류의 사람만 남게 된다.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의 말에 무조건 동조하며 자신을 맞춰주는 사람’과 ‘끊임없이 부딪치며 싸우는 사람’이다. 전자의 경우 겉보기에는 원만해 보이지만 한쪽이 일방적으로 참아주고 있는 위태로운 관계다. 참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억울함과 분노가 쌓여가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평등해야 할 인간관계가 지배와 피지배, 이끄는 자와 따르는 자의 수직적 관계로 되는 것이다.


셋째, 완벽한 고립과 단절이다. 사람은 자신이 대접받은 대로 상대를 대하기 마련이다. 내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줄 사람은 없다.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은 단기적으로는 상대를 굴복시켜 자신의 뜻을 관철할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가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그 사람 고집은 아무도 못 꺾어”, “말해봐야 입만 아파”라는 평판이 따라붙으며, 결국 진실한 동반자 없이 외로운 섬처럼 고립되고 만다.

사람들이 자기주장을 강하게 펴는 의도에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나 ‘무시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내 의견이 확고해야 유능해 보이고, 상대를 설득해야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소통의 역설은 내가 목소리를 높일수록 상대의 귀는 닫힌다는 점에 있다. 진정한 영향력은 내 주장을 관철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해 줄 때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과의 대화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우리 영혼이 ‘나를 있는 그대로 봐달라’라고 보내는 지극히 건강한 신호다.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사람들은 결코 대화의 주도권을 독점하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의 말 뒤에 숨겨진 감정을 읽어낼 줄 안다.


결국,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듣느냐’이다. 상대의 의견을 꺾고 승리하는 대화는 관계의 패배를 가져올 뿐이다. 말을 조금 줄이고 귀를 더 열 때 비로소 대화는 불편한 노동이 아닌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채워주는 따뜻한 쉼터가 될 수 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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