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대부분의 고통과 결핍, 그리고 타인을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두려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나와 세상이, 신과 인간이, 주체와 객체가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수많은 시대와 이념이 인간을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로, 동지와 적이라는 얄팍한 이분법으로 갈라놓는다.
그러나 존재의 가장 깊은 심연으로 내려가 보면, 이 거대한 우주 속에서 홀로 독립되어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독교의 깊은 신비주의, 불교의 연기법, 힌두교의 불이일원론, 그리고 현대 과학의 최전선인 양자물리학은 전혀 다른 언어와 기호를 사용하지만, 결국 닿아있는 진리의 정상은 하나다. 그것은 우주가 결코 분리된 파편들의 조립품이 아니라, 단 한순간도 끊어진 적 없는 거대한 '하나의 생명망'이라는 사실이다.
다수의 제도권 종교, 특히 현대 개신교는 종종 신과 인간을 철저히 분리한다.
거룩한 신은 저 멀리 초월적인 옥좌에 앉아 있고, 인간은 타락하고 속된 존재로 규정된다. 신은 저곳에 있고 나는 이곳에 있다는 극단적 이원론은 우주적 상호 연결성을 직관하는 영혼에게는 숨을 질식시키는 족쇄와 같다.
거룩함을 핑계로 대상화된 신은 결국 역동적인 생명망에서 떨어져 나간 우상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기독교의 본질적인 심연에는 이 분리의 허상을 깨는 위대한 신비주의의 전통이 흐른다.
중세 철학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우리가 교리로 만들어낸 인격적인 신 너머에, 어떠한 속성으로도 규정할 수 없는 텅 빈 충만함인 '신성(神性)'이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인간의 영혼 가장 깊은 곳에 이 신성과 완벽하게 하나로 연결된 '영혼의 불꽃'이 존재한다고 가르쳤다.
에고와 교리에 대한 집착, 심지어 신에 대한 관념마저 철저히 비워내어 마음을 빈 접시처럼 만들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진리다.
에크하르트가 "내가 신을 보는 그 눈이 곧 신이 나를 보는 그 눈이다"라고 고백했듯, 참된 근원은 멀리서 피조물을 심판하는 타자가 아니라 내 안의 가장 깊은 의식과 완전히 얽혀있는 절대적 합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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