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가 되자 사무실 전화도 뜸해졌다.
과장은 거래처에서 들어온 팩스를 넘겨보고 있었고, 김 주임은 다음 주 발주서를 정리했다.
태규는 입고대장을 펼쳐놓고 창고에서 올라온 숫자를 맞췄다.
들어온 것.
나간 것.
남은 것.
며칠 전부터 한 번씩 더 보게 됐다.
전화가 울렸다.
김 주임이 받았다.
“네, 자재과입니다.”
잠깐 듣더니 수화기를 내밀었다.
“서태규.”
“접니다.”
태규가 받았다.
“여보세요.”
— 야.
“누구냐?”
— 이야, 섭섭하다. 오재민이다.
태규가 웃었다.
“네가 회사로 웬일이야.”
— 오늘 뭐 해?
“일하지.”
— 끝나고.
“집에 가지.”
— 됐고. 나와.
“어디?”
재민이 장소를 불러줬다.
태규가 메모지를 당겼다.
“몇 시?”
— 여섯 반.
“알았어.”
— 늦지 말고.
“끊어.”
수화기를 내려놓자 김 주임이 물었다.
“약속 있어?”
“친구요.”
“가봐.”
“주임님은요?”
“집에 가야지.”
“금요일인데요?”
김 주임이 태규를 한번 봤다.
“그래서 가는 거야.”
태규가 웃었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졌다.
태규는 서랍을 잠그다 수첩을 한번 봤다.
한주기계상사와 박 과장 번호, 며칠 동안 적어놓은 품목들이 빼곡했다.
서랍을 닫았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김 주임은 손만 들었다.
밖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
버스정류장 앞 가판대에는 저녁신문이 걸려 있었다. 경제면에 구조조정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그 옆 전파사 유리창에는 PCS 광고가 붙어 있었다.
양복 차림 남자 하나가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지나갔다.
조금 떨어진 공중전화 앞에는 두 사람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가 들어왔다.
태규는 사람들 틈에 섞여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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