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달 거 꺼내봐.”
태규가 김 주임을 봤다.
“지금요?”
김 주임이 의자를 당겼다.
“꺼내.”
태규는 뒤쪽 서류함에서 한 달 전 거래철을 꺼냈다. 바카라상 위에는 발주서와 거래명세표, 입고대장이 나란히 놓였다.
처음 몇 장은 별문제가 없었다.
한 건에서 수량이 하나 달랐다.
태규가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기 하나 안 맞습니다.”
김 주임이 거래명세표를 당겨봤다.
“뒤 날짜도 봐.”
태규가 입고대장을 한 장 넘겼다. 다음 날 같은 품목 하나가 들어와 있었다.
“나눠 들어왔네요.”
“응.”
다음 건도 숫자가 달랐다. 이번에는 거래명세표 뒷면에 볼펜으로 짧게 적혀 있었다.
1EA 불량 교환
김 주임이 종이를 밀었다.
“이거네.”
태규가 입고대장을 봤다.
“교환 들어온 건 안 적었네요.”
“그런가 보네.”
몇 건을 더 확인했다.
생산에서 급하게 먼저 가져간 것. 날짜를 하루 잘못 적은 것. 납품이 두 번으로 나뉜 것.
대부분 이유가 있었다.
김 주임이 의자에 등을 기댔다.
“별거 없네.”
태규는 한쪽에 남겨둔 종이를 집었다.
“이건요?”
산업용 씰 열 개.
발주도 열 개였다. 거래명세표에도 열 개. 수령란에는 누군가의 서명이 있었다.
그런데 입고대장에는 여덟 개였다.
김 주임이 생산출고 기록을 뒤졌다.
없었다.
반품 기록도 봤다.
없었다.
“이건 모르겠네.”
“두 개는요?”
“내일 물어봐.”
“창고에요?”
“응.”
김 주임이 거래철을 덮었다.
태규가 시계를 봤다. 열 시가 넘어 있었다.
“가자.”
태규가 남은 서류를 한번 봤다.
“이거 하나만 더 보면 안 됩니까?”
김 주임이 코트를 집었다.
“내일 회사 안 없어져.”
태규가 웃었다.
“가시죠.”
다음 날 아침.
창고 담당자는 거래명세표를 한참 들여다봤다.
“두 달 전 거잖아요.”
김 주임이 말했다.
“그러니까 혹시 기억나나 해서.”
“이걸 어떻게 기억해요.”
“이 사인은?”
남자가 종이를 가까이 가져갔다.
“제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누구 거야?”
“글쎄요.”
태규가 옆에서 물었다.
“생산에서 바로 받아간 건 아닐까요?”
창고 담당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럴 수도 있고.”
김 주임이 거래명세표를 받아 들었다.
“됐어.”
창고를 나오는데 태규가 뒤따라왔다.
“그냥 두는 겁니까?”
“뭘.”
“두 개요.”
“없어진 건지부터 모르잖아.”
“그래도 안 맞는데요.”
김 주임이 계단을 오르다 돌아봤다.
“표시해놨잖아.”
태규는 더 묻지 않았다.
오전 열 시가 조금 지나 생산에서 전화가 왔다.
김 주임이 받았다.
“네.”
메모지를 끌어당겼다.
“규격 다시요.”
숫자를 적었다.
“알았어요. 확인해볼게요.”
수화기를 내려놓자 과장이 물었다.
“뭔데?”
“조립 쪽에서 V벨트 찾습니다.”
“있어?”
김 주임이 재고표를 확인했다.
“하나 있네요.”
메모지를 태규에게 건넸다.
“가서 봐.”
“네.”
태규는 창고로 내려갔다.
선반에서 규격을 찾았다.
없었다.
다른 칸도 봤다. 상자 뒤쪽까지 손을 넣어봤다.
없었다.
벽에 걸린 재고표를 다시 확인했다.
수량은 분명 1.
태규가 선반을 다시 뒤지고 있는데 김 주임이 내려왔다.
“없어?”
“네.”
“여기 하나 있다고 돼 있잖아.”
“그러니까요.”
김 주임도 직접 선반을 뒤졌다.
잠시 뒤 생산반장이 들어왔다.
“벨트 찾았어요?”
김 주임이 몸을 일으켰다.
“없네요.”
“없어?”
반장이 재고표를 봤다.
“하나 있다며.”
김 주임이 표를 다시 걸었다.
“그러게요.”
반장이 시계를 봤다.
“오늘 이거 없으면 곤란한데.”
“거래처에 알아볼게요.”
반장이 태규를 봤다.
“자재과 새로 온 사람이죠?”
“네.”
“오늘 좀 알아봐줘요.”
“알겠습니다.”
반장은 바로 돌아섰다.
기존 거래처에는 재고가 없었다.
김 주임이 수화기를 들고 있었다.
“오늘은 안 되고요?”
잠시 들었다.
“내일 몇 시요?”
메모했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태규가 물었다.
“내일입니까?”
“오전.”
태규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 한주기계상사에 전화했다.
“사장님, 서태규입니다.”
— 어, 총각.
“V벨트 하나 보려고요.”
규격을 불렀다. 수화기 너머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
— 그건 없는데.
“오늘 구할 수 있는 데 없습니까?”
— 오늘?
“네.”
— 몇 개 필요한데?
“하나요.”
잠깐 말이 없었다.
— 알아는 볼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김 주임이 물었다.
“있대?”
“없답니다. 알아본다고 합니다.”
태규는 수첩을 펼쳤다.
한주기계상사.
그 아래에는 박 과장 명함에서 옮겨 적은 번호가 있었다.
전화를 걸었다.
박 과장 쪽도 당장은 없었다. 내일 오전까지는 맞춰보겠다고 했다.
태규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과장이 물었다.
“안 돼?”
“오늘은 어렵답니다.”
“한주는?”
“알아본다고 했습니다.”
태규가 수첩을 보며 말했다.
“다른 데도 좀 알아보겠습니다.”
과장이 고개를 들었다.
“어디?”
태규의 손이 멈췄다.
아는 곳이 더 없었다.
과장이 다시 서류를 봤다.
“내일 오전에 확실히 받는 걸로 해.”
“네.”
태규는 수첩을 덮었다.
점심이 지나도 한주에서는 연락이 없었다.
태규가 다시 전화했다.
“사장님, 혹시 알아보셨습니까?”
— 없어.
“못 구하셨습니까?”
— 오늘 바로 되는 데가 없네.
“알겠습니다.”
— 내일은 될 거야.
“기존 거래처에서도 내일 된답니다.”
— 그럼 거기서 사.
“네.”
태규는 전화를 끊었다.
오후에 생산현장으로 내려갔다.
조립라인 한쪽은 멈춰 있었다. 다른 쪽에서는 기계 소리가 계속 났다.
반장은 서 있던 작업자 둘을 다른 공정으로 보내고 있었다.
“박 씨, 이쪽 말고 저거 먼저 해.”
“예.”
태규가 다가갔다.
“반장님.”
“어.”
“오늘은 안 된답니다.”
반장이 태규를 봤다.
“내일은?”
“오전까지 받기로 했습니다.”
“몇 시?”
“열 시 전에는요.”
“확실해요?”
태규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아침에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반장은 잠시 태규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면 바로 내려줘요.”
“네.”
태규는 돌아섰다.
몇 걸음 가다가 멈춰 있는 라인을 돌아봤다. 아까 그 자리에 있던 작업자들은 없었다.
벽시계를 한번 봤다.
그리고 사무실로 올라갔다.
다음 날 아침 아홉 시가 조금 넘어 벨트가 들어왔다.
태규가 먼저 창고로 내려갔다.
거래명세표의 규격을 확인하고 상자를 열었다.
“하나 맞죠?”
창고 담당자가 말했다.
“응.”
태규는 입고대장을 펼쳤다.
1
직접 적었다.
잠시 후 생산에서 사람이 올라왔다.
“벨트 왔어요?”
“왔습니다.”
태규가 물건을 건넸다.
출고 수량도 적었다.
1
그리고 재고 수량을 고쳤다.
0
펜을 놓았다가 다시 들었다.
세 숫자를 한번 더 확인했다.
입고 1.
출고 1.
재고 0.
이번에는 맞았다.
오후에 태규는 전날 확인하던 거래철을 정리했다.
산업용 씰 열 개.
입고대장에는 여덟 개.
두 개는 아직 설명되지 않았다.
종이를 철 안에 넣으려는데 생산반장이 자재과로 들어왔다.
과장에게 서류 하나를 건네고 돌아서던 반장이 태규 바카라상 앞에서 잠깐 멈췄다.
거래명세표를 집었다.
업체명을 봤다.
“여기 아직 들어와?”
김 주임이 고개를 들었다.
“아세요?”
반장이 종이를 한번 더 봤다.
“전에 본 것 같아서.”
거래명세표를 내려놓았다.
“갑니다.”
반장이 나갔다.
태규는 문 쪽을 한번 봤다.
김 주임은 이미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태규도 거래명세표를 철 안에 넣었다.
철을 덮기 직전, 업체명을 한 번 더 봤다.
그리고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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