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규가 출근했을 때 자재과에는 과장 혼자 있었다.
벽시계가 여덟 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과장 바카라상에는 어젯밤 김 주임이 꺼내놓은 거래철이 펼쳐져 있었다. 재떨이에는 피우다 만 담배가 눌려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어.”
과장은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태규가 가방을 내려놓는데 과장이 불렀다.
“서태규 씨.”
“네.”
“어제 베어링 산 데.”
“한주기계상사요?”
“원래 거래하던 데야?”
“아닙니다.”
“어떻게 알았어?”
“전에 물건 찾으러 갔다가 알게 됐습니다.”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태규는 자리에 앉았다.
어젯밤 전화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베어링 두 개를 다른 곳에서 사온 걸 박 과장은 어떻게 그날 알았을까.
과장은 다시 거래철을 넘기고 있었다.
태규는 묻지 않았다.
아홉 시가 조금 넘어 사무실 문이 열렸다.
“안녕하십니까.”
김 주임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일찍 오셨네요.”
마흔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검은 서류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짙은 회색 양복에 넥타이를 느슨하게 맸다.
과장이 손짓했다.
“왔어?”
“예.”
“앉아.”
박 과장이 의자를 당겼다.
“어제 베어링 말입니다.”
“응.”
“급하셨으면 저한테 한 번 더 전화하시지 그러셨어요.”
과장이 담배를 꺼냈다.
“너희 회사에서 내일 된다고 했다며.”
“저한테 직접 하셨으면 다른 데라도 알아봤죠.”
“없는 걸?”
“우리 창고에만 없는 거죠.”
박 과장이 웃었다.
“저희도 급하면 여기저기 전화합니다.”
태규가 서류를 넘기던 손을 멈췄다.
어제 자신이 했던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과장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래서?”
박 과장이 서류가방을 열었다.
“단가 다시 가져왔습니다.”
종이 한 장을 꺼내 바카라상 위에 놓았다.
과장이 훑어봤다.
“많이 내렸네.”
“저희도 계속 거래해야죠.”
견적서가 김 주임에게 넘어왔다.
김 주임이 숫자를 훑었다.
태규 자리에서도 베어링 단가가 보였다.
어제 한주에서 현금으로 산 가격과 차이가 많이 줄어 있었다.
태규는 한동안 숫자를 보다 입을 열었다.
“저…… 하나 여쭤봐도 됩니까?”
박 과장이 돌아봤다.
“저요?”
“네.”
“뭔데요?”
태규가 견적서를 가리켰다.
“이 가격은 전에도 가능했던 겁니까?”
김 주임이 태규를 봤다.
과장도 담배를 문 채 시선을 돌렸다.
태규는 그제야 말이 너무 빨리 나왔다는 걸 알았다.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박 과장은 잠시 태규를 보았다.
“서태규 씨라고 했죠?”
“네.”
“어제 베어링 구해오신 분?”
“네.”
“그때는 그때 가격이었고, 지금은 또 달라진 거죠.”
태규는 대답하지 않았다.
박 과장이 견적서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저희도 남는 게 있어야 파니까요.”
“네.”
박 과장은 다시 과장 쪽으로 몸을 돌렸다.
“대신 다음 달부터 몇 품목은 좀 올려야 합니다.”
종이를 한 장 더 꺼냈다.
과장이 받아봤다.
“또 올려?”
“수입 들어가는 것만요.”
“환율 오른다고 몇 번째야.”
“수입상에서 올라오는데 저희도 방법이 없습니다.”
과장은 견적서를 바카라상에 내려놓았다.
“이 가격은 안 돼.”
“저희도 더는 어렵습니다.”
“다시 한번 봐.”
박 과장이 잠깐 입을 다물었다.
“알겠습니다.”
종이를 다시 챙겼다.
“맞춰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박 과장이 태규 쪽으로 왔다.
“서태규 씨.”
“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