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빈자리

by시노

태규는 출근하자마자 맞은편 바카라상을 봤다.

오상민 대리 자리였다.

사람이 없었다.

이 시간이면 창고를 한 바퀴 돌고 들어와 입고표부터 뒤적이고 있을 사람이었다. 머그컵도 그대로였고 계산기도 바카라상 한쪽에 놓여 있었다.

재떨이에는 반쯤 타다 만 담배꽁초가 눌려 있었다.

태규가 가방을 내려놓았다.

“오 대리님 안 오셨어요?”

옆자리 직원은 담배를 입에 문 채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안 와.”

“휴가세요?”

종이를 넘기던 손이 멈췄다.

“어제로 끝났어.”

태규가 그를 봤다.

“뭐가요?”

직원이 담배를 재떨이에 털었다.

“회사.”

태규의 시선이 다시 맞은편으로 갔다.

“갑자기요?”

“갑자기는 우리한테나 갑자기지.”

전화벨이 울렸다.

누군가 담배를 문 채 수화기를 들었다.

“네, 자재과입니다.”

사무실은 다시 움직였다.

태규도 의자를 당겨 앉았다.

맞은편만 비어 있었다.


열 시쯤 총무 직원이 종이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오상민 대리 자리 어디입니까?”

누군가 턱으로 가리켰다.

서랍이 하나씩 열렸다.

볼펜 몇 자루와 명함, 담배 한 갑.

먹다 남은 목캔디와 약봉지도 나왔다.

총무 직원은 하나씩 상자에 넣었다.

계산기까지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바카라상 위 재떨이를 들었다.

“이건 버리죠?”

“그러세요.”

담배꽁초가 휴지통으로 떨어졌다.

상자 뚜껑이 닫혔다.

테이프 뜯는 소리가 길게 났다.

뒤쪽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오 대리 하던 업체는 누가 받아?”

“김 주임이 한다던데.”

“김 주임?”

“응.”

잠깐 뜸이 생겼다.

“빠르네.”

“뭐가 빨라.”

“아니, 그냥.”

다른 직원이 담배를 끄며 끼어들었다.

“요즘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말이 끊겼다.

김 주임은 자기 자리에서 거래처와 통화 중이었다.

“네. 오늘 출고됩니다. 확인해서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평소와 다를 게 없는 목소리였다.

태규는 다시 서류를 봤다.


점심때 준석이 자재과 입구에 나타났다.

“밥 먹자.”

회사 앞 백반집은 거의 차 있었다.

벽걸이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담배 냄새와 음식 냄새가 뒤섞여 빠져나가지 않았다. 계산대 옆 텔레비전에서는 낮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둘은 구석에 마주 앉았다.

준석이 국부터 한 숟갈 먹었다.

태규는 밥을 몇 번 뒤적였다.

“왜 안 먹어?”

“먹고 있습니다.”

준석이 태규 밥그릇을 봤다.

“그게 먹는 거냐.”

태규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오 대리님 나갔답니다.”

준석의 손이 멈췄다.

“오상민 대리?”

“네.”

“언제?”

“어제요.”

준석이 잠시 말이 없었다.

“몰랐네.”

“저도 오늘 알았습니다.”

옆자리 남자가 식사를 마치고 담배를 꺼냈다.

라이터 불이 붙었다.

텔레비전에서는 기업들의 인력 감축과 실업 문제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준석이 화면을 한번 봤다.

“너 적금 넣지?”

태규가 고개를 들었다.

“왜요?”

“그냥.”

“넣습니다.”

“얼마?”

“삼십이요.”

“매달?”

“네.”

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태규가 물었다.

“형은요?”

“나 뭐.”

“얼마 모았어요?”

준석이 김치를 집었다.

“밥이나 먹어.”

“먼저 물어봤잖아요.”

준석이 태규를 봤다.

“요즘 너 말이 많아졌다.”

태규가 밥을 한 숟갈 떴다.

“형이 자꾸 물어보니까요.”

준석이 피식 웃었다.

더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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